“핵심은 무엇이 물질적이며 무엇이 그 물질을 초월하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모든 작가가 하는 일의 본질이자 미술의 주요한 방법론적 지향점이다.”
전시를 보자 막연하게 느껴졌던 아니쉬 카푸어 작가의 말이 조금씩 마음에 와 닿았다.
표면을 넘어 2차원에서 3차원으로, 내부에서 외부로 바뀌는 초월적인 카푸아의 작품은 보는 이의 감각을 열었다.
국제갤러리는 30일부터 오는 10월 22일까지 카푸어의 개인전을 선보인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의 네 번째 개인전으로, 서울 K1, K2, K3 전 공간에 걸쳐 조각, 페인팅, 드로잉을 망라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작업 25점을 폭넓게 소개한다.
K3에서는 무게 500kg~700kg, 높이 3m~4m인 거대한 조각 네 점을 볼 수 있다. 바닥에 붙어 있지 않고 떠 있는 점이 작품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체에 거부 반응이 적은 실리콘으로 만든 진한 빨강의 거대한 조각은 해부학적 내장을 연상시킨다.
K2에서는 시각적으로 캔버스를 뚫고 나오는 강렬한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카푸어가 2021년 팬데믹 기간에 만든 작품이다. 회화 작품은 유화, 섬유유리 및 실리콘으로 제작했다.
붉은색의 강렬함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카푸어 작가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물질은 피와 흙이 있다. 피는 여성과 함께 존재의 개화를 암시한다.
K1 안쪽 전시장에서는 빛 뿐만 아니라 모든 소리마저 흡수시키는 검정으로 만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는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머리카락 만분의 1 크기의 특수 소재로 만들었다”라며 “블랙홀 다음으로 검은 블랙이다. ‘울트라 블랙’ 또는 ‘카푸어 블랙’으로 불린다”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카푸어의 작품은 현실을 초월해 ‘마법’을 부린다. 앞에서 봤을 때 평평했던 작품이 옆에서 보면 볼록한 모양으로 바뀐다.
윤 이사는 “카푸어 작가는 ‘예술가는 신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카푸어 작가는 1954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런던과 베니스에 거주 및 활동하고 있다.
1990년 제44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영국 대표 작가로 참여해 ‘ Field’(1989)를 선보이며 프리미오 듀밀라(Premio Duemila)를 수상했고, 이듬해 영국의 권위 있는 예술상인 터너 프라이즈(Turner Prize)를 받았다. 카푸어의 작품은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돼 주요 상설전시로 소개되고 있으며, 고유한 공공미술은 전 세계 곳곳에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