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율성 공원, 국가 정체성 훼손"...광주시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 기념시작"

2023-08-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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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보훈부 장관 "정율성, 적군 응원대장"...강기정 "철 지난 매카시즘 통하지 않아"

28일 광주 남구 양림동 정율성거리에 정율성 공원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역사공원' 추진과 관련해 28일 사업 철회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관련 기념사업이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이날 호남학도병의 성지인 전남 순천역을 찾아 "정율성은 우리에게 총과 칼을 들이댔던 적들의 사기를 북돋웠던 응원대장이었다"며 "국민의 소중한 예산은 단 1원도 대한민국의 가치에 반하는 곳에 사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대한민국 국가보훈부 장관이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사업 철회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또 "중앙정부에서도 여러 가지 검토(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보훈부는 사업 저지를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고 헌법소원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원 등 유관 부처에서도 광주시의 관련 예산 집행 과정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25일 국민통합위원회 2기 출범식 비공개 회의에서 "어떤 공산주의자에 대한 추모공원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만든다고 한다"며 "공원 조성이 통합과 관용이라고 생각되거나 해석된다면 자유와 연대, 통합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직격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들과 차담회를 하고 "국가와 함께 추진했던 한·중우호 사업인 정율성 기념사업을 광주시가 책임을 지고 잘 진행할 것"이라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특히 그는 "정율성 선생 기념사업은 중앙정부에서 먼저 시작했다"며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기인 1988년 서울올림픽 평화대회추진위원회가 정 선생의 부인인 정설송 여사를 초청해 한·중우호의 상징으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또 "김영삼 대통령 재임기인 1993년 문체부가 한·중수교 1주년 기념으로 정율성 음악회를 열었고 1996년에는 문체부 주관 정율성 작품 발표회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 정율성 선생의 곡이 연주되는 퍼레이드를 참관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는 국립국악원 70주년을 기념해 그의 미공개 소장품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열었다고 소개했다.

강 시장은 "정율성 선생이 우리 정부의 대중국 외교의 중요한 매개였음은 분명하다. 광주는 이런 기조에 발맞춰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관광사업 일환으로 기념사업을 구상했다"며 "2005년 남구에서 시작된 정율성 국제음악제는 18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150억원을 투자한 경남 밀양의 김원봉 의열 기념 공원, 123억원을 투자한 경남 통영의 윤이상 기념 공원과 결을 같이한다"며 "한·중관계가 좋을 때 장려하던 사업을 그 관계가 달라졌다고 백안시하는 것은 행정의 연속성과 업무수행 기준을 혼란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사업 철회를 요구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을 박승춘 전 보훈처장에 빗대 "박 전 처장은 광주시민이 (5·18 기념식에서) 마음을 담아 부르던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하고, 이념의 잣대로 5·18을 묶고, 광주를 고립시키려 했다"며 "당시에도 철 지난 매카시즘은 통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1914년 광주 출생인 정율성은 항일 투쟁을 위해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의열단 활동을 하다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고 중국으로 귀화한 인물이다. 중국과 북한에서 활동하며 '중국 인민해방군가(팔로군 행진곡)'와 '북한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해 중국 3대 작곡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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