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황 악화에도 매년 송출 수수료가 증가하자 홈쇼핑사들이 잇달아 '블랙 아웃(방송 중단)'을 통보하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등 TV 홈쇼핑 업체들이 유료 방송 사업자와 송출 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방송 송출 중단을 결정했다.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에 내달 말 이후로 방송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 송출이 중단되면 서울과 경기 등 23개 지역 LG헬로비전 유료 방송 시청자들은 현대홈쇼핑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롯데홈쇼핑은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에 10월 1일부터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송출이 중단되면 서울 강남 지역에서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롯데홈쇼핑 채널을 시청할 수 없다.
송출 수수료는 TV 홈쇼핑 기업이 유료 방송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채널 사용료다. 송출 수수료의 적정 수준을 놓고 홈쇼핑과 방송사업자 간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TV 시청자 수가 줄면서 홈쇼핑사의 방송 매출도 줄고 있지만 송출 수수료 규모는 매년 증가해 왔다.
한국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송출 수수료는 연평균 8%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방송 매출액 대비 비중이 65.7%에 달했다. 지난해 송출 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2018년 대비 33.3% 증가했다.
반면 TV 시청자 수와 시청 시간은 매년 줄면서 홈쇼핑 업체들의 업황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홈쇼핑 주 소비층인 4060세대까지 모바일 쇼핑으로 이동하면서 주 고객층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홈쇼핑 상위 4개 사(현대·GS·CJ·롯데)의 영업이익 합계는 56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7% 감소했다. 매출액은 1조1278억원으로 7%가량 줄었다.
이 중에서도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의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롯데홈쇼핑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2.8% 급감했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도 70% 넘게 급감한 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성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홈쇼핑업체들은 결국 '방송 중단' 결정까지 하게 된 것이다. 송출 수수료를 두고 수년째 갈등이 지속돼 왔지만, 방송 송출 중단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3월 홈쇼핑 송출 수수료 갈등 해소를 위한 개정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협상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에도 법적 강제성이 없어서 협상 난항은 지속되고 있다"며 "일부 홈쇼핑사에서 블랙아웃 현상이 업계 전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