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책상에 앉아 오래된 스탠드를 켜고 탐방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지금. 창문 밖 상하이(上海)의 고층빌딩 불빛이 하나하나 꺼진다.
낮의 화려한 모습과 다른 적막한 풍경이 어색해 보인다. 탐방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과거 상해 애국지사분들의 유해 봉환을 진두지휘 했던 한민회 이선우 이사님의 경험담이었다.
세월을 뛰어넘는 듯한 대답에 나는 탐방 시작부터 더욱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다. 최용학 한민회(韓民會) 회장님의 어린시절 지사님들과 함께 했던 만세 삼창 증언과 과거 다른 멜로디로 불린 애국가. 또한 이번 탐방에서 열정적인 설명을 해주신 박환 교수님과 관계자분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나는 다시금 보훈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가슴 속 소망을 끄집어 낼 수 있었다.
탐방 일정이 다 끝날 무렵 이선우 이사님께 유해 봉환 당시 도움을 줬던 이름 없는 애국지사님은 어떻게 되었냐고 여쭤봤다. 시간이 오래 흘러서 이제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지사님들과 이름없는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남았는데 이분들의 봉환을 뒷받침 해줄 증언과 자료들이 하나하나 꺼져 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건물의 불빛이 하나하나 사라져 어둠 뿐인 상해 풍경처럼 언젠가는 상해 독립지사님들의 업적도 기억에서 희미해질 것처럼 보였다. 나는 소리 없이 어두워지는 늦은 새벽에 이상하리만치 외로워졌다. 몇개 남은 희미한 빛이 아침이 올 때까지 버텨주기만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