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안보·군사 분야의 공조 강화를 천명했다. 다만 경제적으로는 '각자도생' 행보가 확연하다.
미국은 고강도 긴축과 신용등급 하락 속에서도 경기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고, 일본은 올 들어 역대급 경제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한국은 성장률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나홀로 부진한 상황이라 대조적이다.
2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일은 정상회담 후 성명을 통해 경제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3국의 국내총생산(GDP) 총합이 세계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고 첨단 산업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경제 협력의 잠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연초만 해도 비관론이 팽배했던 미국의 경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실업률은 54년 만에 최저 수준이고 물가 상승률도 3%대로 지난해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비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 중인데 근로자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 완화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역시 예상치를 두 배가량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웃고 있다. 2분기 실질 GDP(계절조정치) 규모가 전 분기보다 1.5%(속보치) 증가해 한국의 2분기 성장률(0.6%)을 크게 상회했다. 일본은 1분기에도 0.9% 성장해 한국(0.3%)을 앞선 바 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연간 환산(연율) 성장률은 6.0%에 이른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4반세기 만에 한·일 간 성장률 역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일 양국의 경제적 성과가 우리 경제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 지표가 견고할수록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다. 국내 고금리와 원화 약세 상황이 반전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본의 '슈퍼 엔저'도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일본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증가와 여행수지 흑자로 득을 보고 있는데 수출·여행 등은 한·일 간 경합도가 높은 부문이라 일본이 잘나갈수록 우리가 피해를 입게 된다.
유일하게 믿을 구석이던 중국까지 부동산발 위기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덫에 빠진 형국이라 한국 경제가 하반기 내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는 중이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견조한 미국 경제와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 및 엔화 약세 등은 원화에 악재"라며 "최근의 원·달러 환율 상승은 위안화·엔화 약세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는데 통화 약세 유발 요인들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