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이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반감을 품고 월북할 결심을 했다고 16일 밝혔다. 북한이 킹 이병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중앙통신은 이날 '미군 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조사 결과' 제하 보도를 발표하면서 "킹이 북한 영내에 불법 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킹은 또한 불평등한 미국 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킹에 대한 조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풀려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그를 북한에 잔류시키면서 미국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선전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미국 국방부는 킹 이병이 망명하기로 결심했다는 북한 측 주장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마틴 메이너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그런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킹 이병에 안전하게 귀환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국방부 우선순위는 그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위해 모든 이용 가능한 채널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국방부 방침은 북한 측 발표와 상관없이 킹 이병을 송환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망명 의사를 밝혔다는 북한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설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킹 이병을 송환하는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7일 '자발적으로 월북한 킹 이병을 전쟁포로(POW)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은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전쟁포로로 규정하게 된다면 합법적으로 송환 요구를 제기하기 어렵다. 킹 이병이 민간인 복장을 한 상태에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봤을 때 미군 당국은 킹 이병을 전쟁포로로 규정하기 어렵다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