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 상영한 만큼 비례 보상'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 1년..."창작자에 정당 보상"vs"투자 위축"

2023-08-15 14:37
  • 글자크기 설정

'오징어 게임' 상영 보상, 유럽에선 지급받아

사진한국영화감독조합
지난 14일 DGK(한국영화감독조합), SGK(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사)한국독립PD협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 창작자들이 저작권법 개정안 심의 속개와 조속 통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영화감독조합]


"프랑스 방송국에서 제 영화 '도희야'를 상영한 것에 대해 감독과 작가 몫에 해당하는 저작권료를 받게 된 후 창작자에 대한 보상권을 법으로 보호하는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정주리 영화감독)
 
영상 창작자 단체들이 영상저작물을 상영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창작자에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저작권법 개정안(이하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개정안이 발의된 지 1년이나 지났지만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창작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위해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당자자 간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영상물 상영한 만큼 비례 보상' 저작권법 개정안 발의 1년···영상 창작자 단체 "조속 통과" 촉구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영화감독조합(DGK),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사)한국독립PD협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 창작자 단체들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 속개와 조속한 통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은 토론회·의견 수렴 간담회·문체위 공청회·해외 법제 연구와 산업 영향 평가 연구까지 거쳐 발의됐음에도 현재까지 문체위에서는 단 한 차례도 이 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권을 양도한 영상 창작자가 영상물의 최종 공급자에게서 수익에 비례해 보상을 받을 권리’를 골자로 한다. 즉 감독·작가 등 영상 창작자가 제작사나 플랫폼과 따로 특약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영상저작물을 상영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창작자에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 소위에 한 차례 상정된 뒤 뚜렷한 이유 없이 심의가 보류되자 관련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목소리를 낸 것이다. 영상 창작자들은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산업 발전 차원에서 관련 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양윤호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대표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시대에 영화·영상 강국으로 가는 마지막 지름길은 창작자 권리 보호"라고 강조했다. 

저작권법 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흥행을 하고도 수익 대부분이 제작진이 아닌 넷플릭스에 돌아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특히 오징어 게임 상영에 대한 보상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 법인을 둔 넷플릭스가 지급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과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잇달아 ‘영상저작물 저작자의 비례적이고 공정한 보상을 위한 보상금 제도’를 도입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저작물 이용 권리는 양도한 것으로 '추정'···"협상력 약자 보호 취지" vs "계약의 자유 침해"
 
현행법상 '영상저작물의 특례 조항'은 영상저작물 이용 권리는 영상 창작자가 창작물의 재산권을 양도했을 때 특약이 없는 한 복제·배포·방송·전송 등 권리를 영상 제작사에 모두 양도한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영상 창작자는 특약을 따로 마련해야만 저작물 상영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유럽과 남미 등 전 세계 40여 개국은 자국 법으로 창작자에 대해 ‘정당한 보상권’을 보장하고 있다. DGK는 최근 아르헨티나 넷플릭스가 현지 법에 근거해 지급한 한국 감독들에 대한 보상금 6500만여 원을 위탁 수령했다.
 
하지만 오히려 투자가 위축돼 국내 산업 경쟁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플랫폼업계 반발도 나오면서 개정안 통과는 교착 상태다. 플랫폼 업체가 흥행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창작자와 맺은 계약 형태가 일률적으로 제한되면 오히려 투자를 꺼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곧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법조계 지적으로도 이어진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는 "당사자들이 맺은 계약과 관계없이 무조건 추가 발생한 수익에 대해 보상을 줘야 된다고 한다면 기존 저작권과 관련된 시장이 어떻게 될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추가 보상'에 대한 요구가 아닌 '계약 과정의 공정성 확보'에 방점을 찍는다면 도입할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 교수는 "유명 PD·작가가 아니라면 사실 대부분 계약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며 "전체 계약 과정에서 공정성이 존재했는지를 보고 불공정했다면 그만큼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도록 하는 취지라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상저작물의 특례 조항'은 작가와 음악가 같은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창작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적용에서 제외된다.
이용해 yh&co 대표변호사는 "작가와 음악가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을 특례 조항에서 제외한 것처럼 창작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일정한 규칙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법상 계약 자유의 원칙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규정, 업무상 저작물 규정 등과 충돌하지 않도록 같이 논의 대상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