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미래지향적 인재양성? 교권 회복이 우선이다

2023-08-11 06:00
  • 글자크기 설정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극단적 선택이 긴 여진을 예고하고 있다. ‘아이들을 바꿀 수 있는 교사’가 되겠다던 그의 담대한 포부는 임용 2년 차에 무너졌다. 유족은 “업무 압박으로 목숨을 바친 동생의 명예를 지켜줄 것”과 “억울함을 밝혀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권은 학교의 규칙을 제대로 지키게 하는 것”이므로 “학생 인권을 이유로 해서 규칙을 위반한 학생을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천명함으로써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시키는 보수적 시각을 드러냈다. 교육부는 서둘러 ‘교권 보호 종합대책’을 8월 중으로 마련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교육을 통해 양성된 인적 자원이 대한민국 사회경제 발전의 핵심 동력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던 정부는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을 한국 경제의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이 노동력을 교사들은 ‘주입식 교육’을 통해 ‘산업역군’으로 양성했다. 교육이 개인에게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로 작용했다. 중학교부터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치맛바람’이 불자 1960년대 말부터 교육정책으로 소위 ‘평준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1974년에는 무시험 입학을 뜻하는 고교평준화 제도가 실시되었다.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1977년에는 경기고등학교 등 ‘명문’ 고등학교 15개가 강남으로 이전했다. 이는 사회경제적으로 본격적인 강남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되었다. 일반고등학교에서 부분적으로 서열화가 나타났고 신흥 명문고가 등장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가 본래의 설립 목적에 반해서 일류 고등학교로 변질되었다. 대학의 서열화가 엄존하다 보니 고교평준화는 일류대 진학률로 측정되는 고등학교 학력의 평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사교육을 바탕으로 한 학력 차별화를 차단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과외가 금지되고 학원 수강이 제한되기도 했지만 사교육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함이 밝혀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학입시에서도 예비고사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수학능력시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 실효성은 떨어지고 오히려 강남을 중심으로 대학입시 성적이 사교육에 좌우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서울대 신입생의 전형별 강남 3구 출신 비율은 수시 7.2%, 정시 22.1%였고, 의대 신입생의 전형별 강남 3구 출신 비율은 수시 7.3%, 정시 22.7%로 확인됐다. 강남 중심의 사교육이 대학 진학에서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사교육의 번창과 교권 추락은 동전의 양면이다. 교총이 2023년 스승의날에 즈음하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직만족도가 23.6%에 그쳤다. 이는 조사를 처음 실시한 2006년 67.8%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교사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최근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교사가 87.0%, ‘교직생활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이 68.4%에 이르렀다.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가 30.4%로 가장 높았다.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가 25.2%로 그다음으로 높았다.

교권이 침해되는 경로는 교권 회복의 경로를 보여준다. 교권 정상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조치는 학교 교내에 미치는 권력 요소를 차단하는 것이다. 사법권력을 포함하는 정치권력은 물론 언론권력, 사학권력이 영향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이를 차단함으로써 교사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보인다. 교사와 학부모 간 직접적인 소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그것이다. 교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려는 학부모는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학부모의 민원이 있다면 학교 차원에서 전담교사를 두어 처리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둘째, 교육의 혜택이 학생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교사의 적극적인 노력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인권을 가장 먼저 보호하기 위해 가해 학생에 대한 적절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당사자 모두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셋째로 공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는 한국 현실에서는 불가피하게 입시교육에서 공교육의 비중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학원 강의만큼 학교 학습의 질과 양을 개선하여 공교육이 사교육의 상당 부분을 다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로, 교사를 각별하게 보강하는 것이 절실하다. 적어도 학교 내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사라져야 교육자의 권위를 향상시켜 학습과 생활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다. 인재만이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 다섯째, 정부 예산에서 교육 비중이 보강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헌법 제31조 ①조)는 공교육에 의해 우선적으로 실질적 보장이 이루어져야 한다. 여섯째,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온정주의를 배제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엄밀히 구분할 뿐만 아니라 엄격히 분리하며, 교육권은 물론 학습권에 대한 판단은 언제나 피해자 중심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곱째,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노골적인 감세정책은 불평등을 심화시켜 사교육시장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여덟째, 전관예우에 대한 엄격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 사법권력이 사적으로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은 엄단해야 하며, 절차에 따라 교육권을 최종적으로 통제하는 상황도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자기 노력 역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입시에 도움이 될수록 공교육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권위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제도적 분단을 교사들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차별을 자행하면서 자신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한 학교 또는 한 학급 안에서 서로 차별적인 지위에 있는 교사가 같이 수업을 진행한다면 학급 전체에 차별의식을 심어주게 된다.

교육은 인적 자본 형성이므로 교육 예산은 투자다. 예산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을 묵인하거나 장려하는 행위는 스스로 대한민국의 최대 자산을 무너뜨리는 자해행위다, 또한 교육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공공재다. 한국에서처럼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체하면 공급 부족으로 결국 국민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교사 수를 늘리지 않으면 인재 공급이 국민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적게 공급되고 결국 경제성장이 저해된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는 인재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인재를 효과적으로 양성하고 소중하게 관리하는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하고 협력과 공생의 요소를 강화하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교권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교육 당사자뿐만 아니라 정부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확립된 교권만이 미래지향적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