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경제학자들에게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등 경제 관련 부정적 언급을 자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본 유출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전문가들의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 7명은 FT에 “고용주들(소속 기관)이 특정 주제에 관해서는 공개적인 토론을 금지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증권 감독 기관인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내수 부진·수출 감소·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들먹이며 중국 경제가 직면한 위험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며 자국 전문가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 사이에는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들 대부분이 '수치'보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존하는 가장 큰 이유다. 중국 당국 역시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선제 검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왕단 중국 항셍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를 구하는 데 있어서는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정부 부양책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며 중국 당국이 전문가들의 평판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 2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작년 10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지난 6월 발표된 연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경제에 대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씨티그룹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를 고려할 때 “중국이 이미 디플레이션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했다.
그러나 중국 국가통계국과 인민은행 고위 관리들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지난달 "중국에는 디플레이션이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