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판 민간아파트 주차장·주거동 전수조사··· 전문가들 "과도한 '무량판 포비아' 지양해야"

2023-08-0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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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무량판 공법 문제 없어...과도한 불안감 지양해야"

공정위, 에이스건설·대보건설·대우산업개발 조사 진행

경찰, 74개 업체 수사의뢰 접수··· 부실감리·전관 특혜 살펴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맨 오른쪽)이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열린 무량판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토부는 9월 말까지 안전점검 등을 진행한 뒤 10월 중으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 아파트에 이어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이번 주부터 무량판 구조 관련 전수조사를 진행한다. 점검은 9월 말까지 진행되며 조사 종료 후 10월 중 무량판 안전 대책,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 등과 함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서울 강남구 한국시설안전협회에서 '무량판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관련 계획을 밝혔다. 

이번 민간 아파트 안전점검 대상은 2017년 이후 준공된 무량판 구조 적용 지하 주차장, 주거동 등이 모두 해당된다. 점검 대상은 당초 전국 293개 단지로 발표됐으나 아직 구조 파악 중인 단지가 있어 더 늘어날 수 있다.

안전점검은 한국시설안전협회 추천을 받아 국토부가 선정한다. 국토안전관리원과 지자체, 안전점검기관이 주도적으로 점검하고 국토부가 조사를 총괄한다. 

안전진단기관은 먼저 구조계산서와 구조도면이 적정한지 검토한 뒤 지하 주차장 기둥 주변 부재 결함 유무를 육안으로 조사한다. 이어 무량판 구조 기둥 주변 설계를 검토한 뒤 필요하다면 철근 탐지기를 이용해 철근이 배근된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콘크리트 강도가 적정한지와 각 부재가 설계도서상 규격을 준수했는지도 확인한다.

점검 과정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되면 보수·보강법을 정하기 위한 정밀진단에 들어간다. 여기에는 2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추가 점검 결과와 보수·보강 방안은 국토안전관리원이 검증한다. 국토부는 시공사가 비용을 부담해 올해 말까지 보수·보강을 완료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장관은 "실내 조사가 필요한 단지는 극히 일부분일 것으로 판단된다. 주민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실내 조사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며 "잘못이 있으면 있는 대로, 책임이 있으면 있는 대로 국민이 믿을 수 있도록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 아파트에 대한 조사에 나서며 아파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무량판 포비아'가 확산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무량판 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과도한 불안감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홍건호 호서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무량판 구조는 보가 없이 슬래브 하중을 바로 기둥이 받는 구조로 구조상 특성을 정확하게 알고 설계와 시공 과정을 정밀하게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고를 이유로 무량판 구조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도 "무량판 구조는 해외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검증된 공법"이라며 "제대로 짓기만 하면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일으킨 직접적 원인은 공법이 아닌 시공 과정에서 충분한 보강이 이뤄지지 못한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홍건호 교수는 "무량판 구조에서 하중을 견디는 보가 없어 충격에 취약해 보강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이번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도 무량판 구조를 지탱하는 철근만 제대로 설치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명기 교수는 "모든 공법은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라며 "무량판 구조라고 해도 철근이 제대로 들어가고 콘크리트 강도가 제대로 나온다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무량판 구조를 도입한 민간 아파트에 대한 조사와 함께 불법 재하도급 조사에 착수했다. 시공사가 하도급업체에 원활하게 대금 지급을 하지 않거나 발주처에서 추가 공사비를 받고도 하도급업체에 지급하지 않은 점이 부실 설계·시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날 에이스건설, 대보건설, 대우산업개발 등 3개 회사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하도급업체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해당 시공사들은 LH가 발주한 15개 아파트 단지 설계·건축 과정에서 철근을 누락한 13개 시공사 명단에 포함된 곳이다.

경찰도 관련 업체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LH 측에서 총 15개 단지, 74개 업체에 대한 수사 의뢰를 접수해 관할 시도 경찰청에 배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부실 감리나 설계 오류 등 철근 누락 원인, 법 위반 여부뿐 아니라 LH 출신에 대한 전관 특혜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원희룡 장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근에 설립된 업체가 수백억 원짜리 감리를 맡는 이권 나눠 먹기 구조 아래에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되겠느냐”며 “LH 전관들이 참여하는 업체는 용역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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