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종료될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고 정부 측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세수 감소가 지속되고 지난해보다 에너지 가격 부담이 덜어진 점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명분이지만 공교롭게도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오름세로 반전됐다.
6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결정해 발표한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 등을 통해 휘발유는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은 37% 각각 인하됐다. 이 조치는 다음 달까지 예정돼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는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25.9% 하락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가격 수준으로 봐도 지난해 ℓ당 2000원을 넘었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최근 1600원, 1500원 수준으로 각각 내려갔다.
정부는 2021년 11월 유류세를 20%, 지난해 5월에 30%, 같은 해 7월에는 37%까지 각각 인하한 뒤 올해부터 휘발유에 대해서는 인하 폭을 25%로 축소했다. 지난 4월에는 세율 조정 없이 인하 조치를 4개월 더 연장했다.
어려운 세수 여건도 인하 조치를 종료해야 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올 6월까지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사실상 '세수 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은 재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상반기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은 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7000억원 적다. 세수 진도율은 47.6%로 최근 5년 평균(50.9%)에 미치지 못한다.
유류세 인하 조치와 함께 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 감소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국제 유가가 상승세인 점은 유류세 인하 조치 종료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2.82달러에 마감해 지난 4월 1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주간 WTI 상승률은 2.78%로 6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도 배럴당 87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경기 연착륙 기대, 산유국 감산 연장 등에 국제 유가가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이 결정된 지난 4월과 비슷한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거래가 가장 활발한 브렌트유는 향후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국제 유가 상승에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첫째 주(7월 30일∼8월 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39.5원 오른 ℓ당 1638.8원으로 4주 연속 상승했다.
이에 따라 당장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기보다는 국제 유가 반등세와 함께 인하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거나 인하 폭을 조금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유류세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유가 수준과 전망,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됐을 때 소비자 부담 등을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