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하는 소리가 나서 2층 사무실 창문으로 슬쩍 내다봤더니 모닝처럼 보이는 게 보도블록 위쪽으로 올라가 있더라고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요. 처음에는 음주운전이나 운전 미숙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백화점에서 그런 사건이 났다고 해서 너무 놀랐죠.”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분당 흉기난동’ 사건을 목격한 40대 한모씨는 사건의 첫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지난 3일 오후 5시 55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백화점 2층 출입구에서 모닝 차량으로 인도에 있던 시민들을 들이받은 피의자 최모(22)씨는 이후 백화점 1층과 2층에서 ‘무차별 칼부림’을 이어갔다. 경찰에 최씨가 체포된 이날 오후 6시 5분께까지 백화점과 인근 주민들은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연석 충돌 후 차에서 내려 흉기 난동...퇴근시간대라 피해 커져
백화점 인근 상가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60대 이모씨는 “다리 쪽에서 차를 몰고 버스정류장 쪽으로 가더라”면서 “그곳이 마을버스 종점인데 비명소리가 나고 그랬다. 이후 백화점에서 (최씨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면서 사람을 찌르고 1층에서도 뛰면서 그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몸서리가 쳐져 사건 직후 가게 문도 닫았다. 원래 8시까지 영업인데 저녁 7시에 바로 영업을 종료하고 집으로 갔다”고도 덧붙였다.
"시민들 뛰어서 2층으로 도망쳐...흉기 들고 천천히 따라 올라와"
2층의 40대 후반 여성 직원은 직접 사건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지인의 목격담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는 “(시흥시) 신현동 인근에 사는 사람인데 젊은 남성이 차 사고를 내고 칼 들고 뛰어다니면서 칼부림 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피해 있다가 심장이 너무 떨려 이동하기가 어려워 아버지가 부축해서 차로 이동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층에서 범행을 저지른 최씨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향했고 시민들은 최씨를 피해 숨거나 피하느라 아비규환이었다. 2층 백화점 상점의 30대 남성 직원은 “(최씨가) 어디서 들어온지는 모르겠다. 다만 1층에서부터 비명소리가 엄청났다. 아래에서 에스컬레이터로 올라오더라. 시민들도 피해서 올라오고 상황이 심각했다”고 했다.
바로 옆 점포의 한 30대 여성 직원도 “범인이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로 2층 출입구 쪽으로 향하는 건 봤다”면서 “고객들 십수명이 위에서 아래로 소리를 지르면서 올라갔다”며 “(최씨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처음엔 천천히 걸어서 올라오길래 범인인지 전혀 몰랐다. 근데 손에 긴 칼을 들고 있어서 그제야 그 사람이 범인인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최씨는 서현 경찰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오후 6시 5분께 검거됐다. 이후 경찰이 주변 화분 뒤에서 최씨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확인하고 이를 수거하면서,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분당 흉기난동 사건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 시민들은 공포감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백화점 인근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자주 가는 곳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니 믿어지지 않고 세상이 너무 흉흉하다. 범인이 잡혔다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없으란 법이 없지 않냐”고 혀를 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