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퇴근하지 못한 644명, 건설업이 절반 이상" 올해 1월 19일 어느 일간 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기사의 내용인 즉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사망자가 늘었다는 이야기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라 짐작해 본다. 그런데 요즘 국내 건설산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런 볼멘소리가 가당키나 한 건가 싶다. 왜냐하면, 건설산업의 '초라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국내 건설산업이 그동안 '화장발'로 감춰왔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들으면 알 만한 대형 종합건설기업이 건설 중이던 아파트 주차장이 붕괴했는데 사고 원인은 총체적 부실이다. 사업의 생산 프로세스에 참여했던 주체 모두가 '기본'을 저버린 결과라는 목소리가 높다. 작년에도 시공 중이던 고층 아파트가 종이처럼 찢어지는 붕괴 사고가 일어나 공분을 샀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사고가 또 반복됐다.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이 사고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훼손된 산업의 위상과 가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국내 건설산업은 국가 경제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국민의 생활을 위한 주택 공급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성과를 거두었기에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의 반복은 지금까지의 성과나 위상이 그럴싸하게만 보이게 하는 화장발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안전사고를 비롯해 건설산업에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업계는 어느 순간부터 공사비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적정공사비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사달이 난 것이라며 충분한 사업비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 주장한다. 이는 한편으론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런데, 화장발로 감추어졌던 건설산업의 민낯은 정말 돈 때문이었을까. 만약에 그렇다면 건설산업의 위상이나 가치는 애초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건설산업은 안전하고 편안한 심리적 그리고 물리적 환경을 국민에게 제공하고, 국가의 경제성장 동력 산업 중 하나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화하는 생활 방식과 산업환경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역할과 책임의 중심에는 '기본'을 지키는 것이 있다.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건설산업의 기본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을 기회일지 모른다. 2009~2010년에 발생한 1000만대 이상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자동차의 품질과 기술을 원점부터 검토해 극복한 일본 도요타의 사례처럼,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그러니, 말로 표현하기도 힘든 민낯을 확인하게 된 것을,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자. 지금은, 위상을 지키기 위한 얄팍한 화장발보다는 부끄러운 민낯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