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넘어 문화로' 한국과 베트남의 협력 관계가 경제를 넘어 문화적 영역으로 확대되려는 움직임이 동트고 있다.
1992년 수교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베트남과 한국 간 관계는 큰 진전을 이루었다. 그 결과 2022년 12월, 양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발전 시기를 열었다.
사실 수교 이후 지금까지 양국 관계는 경제적 부분에 집중된 부분이 있었다. 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9000개 넘는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전역에서 활동하면서 베트남 최대 외국인 투자자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해당 기업들은 양국의 연결고리가 되어 여러 분야에서 양국 간 우호협력에 기여하고 더욱 많은 지역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윈윈하고 상생하는 좋은 예이다.
하지만 양국 간 관계의 범위가 한층 확대되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문화가 각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소프트파워'로 여겨지면서 각종 문화 협력이 양국 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스포츠, 관광 분야이다.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의 눈부신 활약 등에 힘입어 지난 수년간 스포츠·관광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가 한층 확대했고, 정부 간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여러 가지 성과가 있었다.
작년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2022년 호이안 한국문화의 날, 꽝닌 한국문화축제, 하노이 한국등불축제 등 문화적 의미를 담은 행사들을 개최했다. 10월에는 양국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관광축제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서울과 광주광역시에서 베트남 문화전시, 베트남 전통 아오자이 공연, 베트남 문화유산 및 유명 관광지 사진 전시, 민속놀이 체험 등 이색적인 문화활동을 통해 많은 한국인들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한국에서 열린 베트남 관광문화 축제에 참석한 응우옌 반 훙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문화산업 논의에 할애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한국 측은 베트남의 문화 산업, 특히 음악과 영화에 스마트 기술과 인공 지능을 적용하는 데 베트남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베트남이 2045년 비전 2030년 목표 문화 산업 전략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또한 문화산업을 양국 간 협력의 핵심 분야로 선택한 것은 양 부처 간 관계의 깊이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양국 부처의 견해를 유연하게 적용한 것이기도 하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서기장은 한때 베트남 전국 외교 회의에서 "세계 문화의 정수와 시대의 진보적 사고를 선택적으로 흡수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양국은 농업에서 출발한 나라로서 출발점은 비슷하지만 지난 20년간 한국은 문화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문화 분야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한국과 한국인을 알리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따라서 한국과 베트남 모두 문화적 유사성, 독창적인 정체성과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만큼 문화적 협력의 잠재력도 상당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 선진국들은 지하, 바다, 산림 자원이 고갈될 것을 예견하고 ‘문화’가 앞으로 주요 경쟁력이 될 것을 인식해왔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문화산업의 산물은 그 어떤 산업에도 뒤지지 않으며 나라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고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는 요소이자 민족의 문화를 지키는 '무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과 베트남 간에 문화적 교류를 강화하는 것은 단순한 친목 도모 수준을 넘어서 장기적 관점에서 각자의 경제적 역량을 갈고 닦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적 협력을 통해서도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우택 전 국회 부의장은 "베트남과 한국은 호혜적인 관계로서 양국이 함께 번영하는 발전의 길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소중한 가치를 함께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는 포럼을 더 많이 개최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문화연구 전문가인 부이 호아이 선 교수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통해 베트남은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경험을 배울 수 있다고 밝혔다. 양질의 창의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아티스트 역량 개발에 투자하는 방법, 국내외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와 브랜드를 구축하는 방법 등을 언급했다. 동시에 베트남도 한국으로부터 배우는 과정에서 자국 문화의 독창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미 양국은 앞으로 문화적 교류를 강화할 채비를 마친 상태이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산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응우옌 반 훙 장관은 “한국이 문화 산업에서 매우 성공적이었고 베트남은 뒤처져 있으며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다”며 한국 문화체육관광부가 베트남의 발전을 위해 특히 영화와 공연 예술 분야에 전문가를 지원하고 파견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문화 산업과 관련하여 훙 장관은 특히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 음악에 대해 매우 열정적이라며 양측이 베트남·한국 밴드를 만들어 보자고도 제안했다. 장관은 베트남이 인적자원은 있으나 기술이 없고 방법이 없으며, 경험이 있는 한국은 한국·베트남 밴드 결성을 실행할 수 있고, 이 밴드는 양국의 문화를 홍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을 계기로 '베트남·한국 문화교류의 밤'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행사는 양국의 굳건한 우정과 K팝에 대한 베트남 팬들의 뜨거운 인기를 보여주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 콘텐츠제작진흥원(KOCCA) 베트남 사무소는 무료 영화 상영, 전문가 교류, 호찌민시 첫 B2B 연계 등을 포함한 '한국 애니메이션 위크' 개최, 다낭, 하노이, 빈즈엉, 호찌민시 등에서 ‘내가 사랑하는 K팝’ 경연대회 개최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과 베트남 양국은 ‘문화’를 통해 사람 간 이해와 교류, 공유를 증진하는 동시에 양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노완 전 베트남대사는 “문화산업의 화두는 콘텐츠이며 이 분야에서 베트남이 한국의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또한 “콘텐츠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발견하고 잠재력을 개발하면서 베트남과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역사적 유사성을 바탕으로 양국 간의 우정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