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박을 더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이 순방 기자단에 공지된 것은 지난 14일 오후 2시 30분경(현지시간)이었다. 윤 대통령의 폴란드 순방 공식 일정이 종료돼 기자들이 짐을 부치고 호텔 체크아웃을 하며 귀국을 준비하고 있던 시점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경호처 관계자는 바르샤바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도착해 가장 먼저 기자실 문을 걸어 닫았다. 외신기자 등 외부 인사가 있는지 확인한 후 기자들에게 노트북 사용과 스마트폰 녹음 금지를 요청했다.
고위 관계자는 "순방 마지막 날이 아니고 또 한 가지 방문 일정이 생겼다는 말씀을 공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얼마 전 방문 요청이 있었고 저희가 인근 국가에 방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주요 7개국(G7) 국가 정상들은 이미 개별적으로 방문한 상황이다.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출발 직전까지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을 철저히 함구했다. 대통령실은 "준비는 했지만 경호와 안전 문제, 방문 필요성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며 "대통령이 최종 결심해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순방단은 김건희 여사와 안보실 관계자 등 최소한으로 구성됐다. 이동은 항공기와 육로, 기차편을 이용했고 가는 데 14시간, 복귀하는 데 13시간이 걸렸다. 현지에서는 11시간 체류했다.
윤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시 학살 현장과 러시아가 미사일 공격을 집중했던 민간인 거주 지역 이르핀시를 돌아봤다. 키이우 전사자 추모의 벽을 찾아 헌화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 공동 언론 발표, 오찬, 정상 친교행사(소피아성당 방문), 국립아동병원 위로 방문 등 일정을 소화했다.
다만 국내 집중호우 상황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양해를 얻어 당초 예정된 일정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일정 도중 수차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화상으로 연결해 보고를 듣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내 집중호우 상황에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를 검토하지는 않았나'는 기자들 질문에 "그때가 아니면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기회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없을 것으로 보였다"면서 "당장 윤 대통령이 한국에 뛰어간다고 큰 상황을 바꿀 수 없는 실정이다. 대통령은 수시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