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시스템 회사 대표 A씨는 실업급여 제도로 불편을 자주 겪는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에도 권고사직으로 표시해달라고 요구한다. 실업급여 수급요건에 권고사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원자 3-4명을 면접하기 위해 기다렸는데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화해보면 취업 목적이 아니라 그냥 입사지원을 했다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업급여 요건인 구직활동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A씨는 "차라리 외국인을 채용하고 싶지만 비자 문제로 그것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실업급여 부정수급' 해결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그간 높은 하한액 제도로 실업급여 수준이 높았으나 수급요건은 느슨해 부정수급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당정은 하한액 하향·폐지 등으로 실업급여가 세후 급여를 추월하는 '역전현상'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독일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실업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은 각각 58만명(48%), 7조3000억원(155%)가량 급증한 것이다. 2016년 기준 수급자는 120만명, 지급액은 4조7000억원이었다.
이런 가운데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해마다 200억원대를 넘어서고 있다. 2021년 282억4300만원을 기록한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지난해에도 278억5900만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실업급여 부정수급액은 114억8600만원을 기록 중이다.
실업급여 부정수급 유형은 △취업·자영업 등 사실 미신고 또는 허위신고 △이직사유 허위신고 △대리 실업인정 △피보험자격 허위신고 등이다.
이에 정부와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는 이날 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개선을 위한 민당정 공청회를 개최하고 실업급여 지급액과 지급기간 조정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 80%가량을 지급하는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 제도와 관대한 실업급여 지급 요건을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를 받는 게 일해서 버는 것보다 많아지는 사례가 생기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실업급여가 취업을 촉진하기는커녕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이자 의원은 고용부 자료를 근거로 "실업급여를 5년간 3번 이상 받는 반복수급이 매년 증가해서 2018년도 8만2000여명이었던 게 2021년부터 10만명을 넘어 5년간 24.4% 증가했다"며 "실업급여는 1555만 근로자와 269만 사업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이라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실업급여 개혁을 추진할 방침이다. 독일은 실업급여액과 임금인상률 간 연계를 폐지해 장기수급자 급여액이 인상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영국은 1995년 실업급여를 구직자 수당으로 개편했다. 적극적 구직활동 의무 담보를 위해 '구직자 협약'을 급여 수급조건으로 명시한 바 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높은 실업급여 하한액과 관대한 수급요건이 실업자 근로의욕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급여 수급자의 수급 중 재취업률은 올해 28.0%를 기록했다. 2013년 34.7%에서 매년 감소 추세다.
이 차관은 "외환위기 임시조치로 크게 완화된 수급요건은 그대로 유지돼왔고 2017년 이후 최저임금과 연동돼 있는 실업급여 하한액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급여 수급자 근로의욕 제고와 실업급여 제도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