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GS건설이 시공상 책임을 인정한 가운데, 입주가 늦어진 입주예정자들이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한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건설사가 입주예정일을 통보하는 시점에 입주예정자들이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칫 소송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 외 시공사 문제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지체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지체상금'이라고 한다.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GS건설은 전날 "입주시기 지연에 따르는 피해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GS건설은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할 계획이다. 입주가 늦어지면 시공사 리스크도 커지지만 입주예정자들의 경우 의식주에 지장이 가게 된다. 통상 새 아파트 입주예정자 대부분은 입주일 전후로 전‧월세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지체상금은 사실상 입주 지연으로 인한 건설사의 손해배상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계약서에는 입주예정 기일에 입주가 안 될 경우 손해배상으로 '지체상금'을 물어줘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건설사와 입주예정자 간 지체상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다.
보통 시공사가 입주예정일 변경을 통보하는 시점에 합의 관련 문서를 입주예정자들에게 보낸다. 건설사와 지체상금 합의 시 함부로 동의하면 안 된다는 게 법조계 조언이다. 통보된 날로부터 입주 지연 기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장시운 변호사(법무법인 영우)는 "시공사들이 입주가 지연되는 경우 보통 동의서를 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동의를 하게 되면 나중에 법원에서 지체상금을 보상할 필요가 없다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GS건설 사안의 경우 소송 제기 전 당사자 간의 합의가 잘 되면 합의된 금액으로 배상받는 것이고, 금액에 이견이 있어서 소송으로 가면 입주예정자들로부터 단체 소송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왕십리 뉴타운 재개발사업의 공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를 두고 재개발조합과 GS건설‧현대산업개발‧삼성물산‧대림산업이 벌인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은 2017년 시공사 손을 들어줬다. 당시 대법원은 "공사기간을 당초 예정됐던 기간에서 연장하고 시공사에게 지체상금을 부담시키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고 판시했다.
건설사의 귀책으로 준공이 3개월 초과해 늦어지면 분양을 받은 사람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는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입주가 지연되면 분양자는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며 "다만 입주예정일로 지정한 날로부터 3개월이 되기 전에 사용승인이 나면 계약 해제 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