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무대응하는 등 정부가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청구인은 수산물 소비자인 일반 시민부터 해양생물인 고래까지 아우를 예정이다.
민변은 3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청구인 모집'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일부터 21일까지 헌법소원을 위한 청구인단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오염수를 실제로 방류하기 전에 헌법소원이 제기될 예정이다.
청구인에는 염전어민, 해녀, 수산물 소비자 등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고래도 포함된다. 이번 헌법소원의 대리인단 단장인 김영희 변호사는 "오염수로 인해 단순히 인류만 아니라 생태계 수많은 생물들도 똑같이 방사능에 오염되고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로 생태계를 대표해 고래를 넣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국제법적 조치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제해양법협약 194조는 각국이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일본이 이를 어겼음에도 정부가 국재해양법재판소 제소 및 잠정조치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민변의 주장이다.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하려는 일본 정부를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밖에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를 유지하기 위한 독자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점 △오염수 시찰단 파견이 일본의 일방적인 정보를 받는데 그친 점 △수산업계 관련 피해 대책 부재 등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과학은 교차검증, 객관적·독립적 검증이 중요한데 한국 정부가 파견한 시찰단은 일본 정부가 주는 자료만 받아 그야말로 들러리 시찰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도명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위험성이) 안 보인다고 해서 (위험성을) 없다고 얘기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후쿠시마 앞바다는 많이 망가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자체 보고서에도 나온 내용이다"고 말했다.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도 "후쿠시마 오염수처럼 위험성과의 연관 관계가 불확실할 땐 판단을 유보하고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이를 '위험성 없음'으로 규정하는 일각의 태도는 매우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