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당장의 물가 하락 효과보다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으로 초래될 부작용을 더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뚜기와 팔도는 각각 15종과 11종의 라면 제품 가격을 5.0%와 5.1%씩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전날 농심과 삼양이 가격 하향 조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제과업계에서는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와 해태제과가 다음 달 1일부터 과자값을 내리기로 했다. 롯데웰푸드는 빠다코코낫, 롯샌, 제크 등 과자 3종의 가격을 내린다. 해태제과는 아이비 오리지널 가격을 10% 인하한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6일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업계를 상대로 밀 수입가 하락분을 밀가루 가격 책정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라면 등 식품은 가격 하락에 따른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편이다. 물가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정부가 식품업계에 전방위 압박을 펼치는 이유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주 등은 국민이 즐기는 물품인 만큼 물가 안정을 위해 업계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뒤 기재부와 국세청은 주류업계를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였고 결국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이 보류된 바 있다.
최근 기재부가 맥주와 탁주에 적용되는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원점에서 재검토 중인 것도 물가 상승기에 주류 가격이 오르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주류 양에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는 물가가 오를수록 세율도 따라 오르는 구조라 업계가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편승 인상' 행태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정부의 이 같은 행보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물가 관리 노력은 이해되지만 라면 등 시장 경쟁에 많이 노출된 개별 품목에 대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가격 압박(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가 아예 없다고 볼 수 없지만, 다른 형태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