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중국 反간첩법 시행에…외국기업 '촉각'

2023-06-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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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부터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40→71조항" 뭐가 어떻게 바뀌었나

모호한 국가안보 범위…걸면 걸린다?

기업실사, 사진 촬영해도 스파이 혐의?

주중대사관 "출장·관광객 주의" 당부

중국 반간첩법 개정안 주요 내용

과거 중국 베이징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던 전직 영국 특파원 출신 피터 험프리. 그는 2013년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으로부터 간첩 혐의로 의심받았다. 당시 요원이 문제 삼은 것은 험프리 노트북에 저장돼 있던 신장 위구르자치구 관련 보고서. 동료가 이미 외부에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고객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신장 지역 비즈니스 리스크에 대한 보고서를 자사 웹사이트에 올린 것뿐이라는 험프리의 반박에 요원은 한발 물러났다.

험프리가 지난 4월 영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게재한 기고문의 내용이다. 당시 이러한 행위는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내달부터는 반(反) 간첩법에 의해 스파이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신장자치구 지역 정보를 수집·저장·유포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이 개혁·개방을 외치며 외국인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국가안보 강화를 이유로 반간첩법을 개정하는 등 외국인에 대한 감시감독 관리를 강화하면서 외국계 기업인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40→71조항" 반간첩법 어떻게 바뀌었나
중국에서 2014년 처음 시행된 반간첩법이 약 10년 만에 개정돼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 4월 열린 제2차 회의에서 반간첩법 개정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법 조항은 기존의 40개에서 71개로 늘어나 많은 부분이 개정됐다. 국가안보 범위를 확대하고 간첩행위의 범위를 상세히 규정하는 한편, 국가안보기관의 권한을 확대하고 행청처분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기존의 국가보안법(2015년), 사이버보안법(2017년)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외국인에 대한 전반적인 감독·감시를 강화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그동안 군사·정치 기밀에 초점을 맞췄던 국가안보 범위를 경제·사회·문화 등으로 폭넓게 넓혔다. 경제·문화·사회 등에 관한 정보도 해외에 유포돼 중국 공산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반간첩법을 들이대 정보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탄압, 코로나19 기원·실제 사망자 수, 반체제 시위, 경제·금융 데이터 등 정보가 모두 반간첩법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단 의미다.

간첩 활동 범위도 상세히 규정했다. 기밀 정보나 국가안보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물품 등을 정탐·취득·매수·불법제공하는 행위, 국가기관·기밀 부처·국가안보 정보 기반시설에 대한 촬영이나 사이버공격, 간첩조직이나 대리인에게 협조하는 행위도 간첩 활동에 새로 추가했다. 

제3국을 겨냥한 간첩 활동이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경우에도 반간첩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북한 관련 활동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단 의미다. 

간첩 활동에 대한 행정처분도 강화했다. 간첩죄가 성립되지 않는 간첩 행위에 대해서도 행정구류 등의 처분이 가능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입국을 불허할 수 있다. 반간첩법을 위반한 외국인은 추방하고 10년간 입국을 금지하도록 했다.
 
모호한 국가안보·이익 범위···걸면 걸리는 반간첩법?
반간첩법 시행으로 특히 중국 인사들과 교류하는 외국 기업인, 대외 업무를 하는 중국인들이 간첩 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국가안보·기밀·이익의 범위가 모호해 중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는 만큼, 중국 내 비즈니스에 필요한 일반적인 정보 수집 행위도 반간첩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도 기업들이 비즈니스 거래 전 수행하는 기업 실사와 같은 일반적인 활동이 중국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 컨설팅 회사가 일반적으로 한 기업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때에는 회사 설립 기록에서부터 연간 재무제표, 공급망 안전성, 주주 신상정보나 재산기록 등을 검토한다. 회사의 불법 비즈니스 관행, 고위급 간부와의 은밀한 커넥션이 있을 경우 리스크를 경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앞으론 이러한 행위가 중국 국가이익을 침해하는 스파이 행위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실사 대상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중국이 육성하는 반도체·배터리 등 기업이거나, 국제사회가 강제노동을 문제 삼는 신장위구르자치구 소재 기업일 경우 더더욱 그렇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모두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 중국 공산당은 앞서 외국 비정부기구(NGO)에 신장자치구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내국인을 반간첩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중대사관 "출장·관광 때에도 주의해야"
중국 반간첩법 주무부처인 국가안전부의 천이신 부장(장관)은 이미 지난해 10월 국가안보부장에 임명된 직후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 1면 논평에서 "고위 관료들이 반간첩법을 연구하고 국가안보와 관련된 법 집행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올 들어 중국은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도 들어갔다. 지난달 중국 안보당국은 미국 컨설팅 회사인 캡비전의 쑤저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직원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고 중국 국영중앙(CC)TV는 보도했다. 캡비전이 중국의 민감한 산업 정보를 캐내려는 외국 정부·군·정보기관과 연관 있는 기업으로부터 컨설팅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했다는 것이 조사 이유다. 이를 통해 국가 기밀과 핵심 분야의 정보가 유출됐을 것으로 중국 당국은 의심하고 있다.

캡비전 외에도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 등 사무소가 최근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중국 현지 정보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을 통제하는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 최대 학술문헌 DB 사이트인 CNKI(中國知網)나 시장조사기관 윈드는 이미 일부 자료에 대해 해외 이용자의 접근을 차단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최근 주중 한국대사관도 반간첩법 개정과 관련해 한국인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26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반간첩법 개정안 시행 대비 안전 공지’를 통해 “한국과는 다른 제도, 개념 등의 차이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중국에 체류하거나 방문 예정인 국민들의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사관은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지도·사진·통계 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스마트폰·노트북 등에 저장하는 행위 등을 유의할 것을 강조했다. 또 군사시설·국가기관·방산업체 등 안보통제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시위 현장 방문, 중국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종교 활동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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