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두고 혼란 지속..."이런게 킬러문항?"vs"사교육 엄단 필요"

2023-06-26 16:09
  • 글자크기 설정
# 2023학년도 수능 수학 공통 22번 

자료=교육부

#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 국어 공통 14번
 

자료=교육부


정부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서 배제한다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 예시를 공개했다. 이번 기회에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발표에도 킬러 문항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아 수험생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최근 3년간 수능과 지난 6월 모의평가 국어·영어·수학 문항을 분석한 킬러 문항 26개를 공개했다. 각 과목 킬러 문항으로 선정된 공통 이유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연석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현장 교원이 평가·점검하는 '수능 킬러 문항 점검팀'을 별도 구성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최근 수능과 6월 모의평가 국어·영어·수학 총 480개 문제를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수능 킬러 문항 점검팀은 △학교 현장에 있는 교원을 통해 킬러 문항 후보 선정 △2개 검토 분과에서 과목별 심층 검토해 킬러 문항 선별 △점검 결과를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른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에 보고해 최종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킬러문항 공통점은 '고등학교 수준서 이해 불가'

교육부는 각 영역·문제가 킬러 문항이 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수학 영역에선 '불필요하게 다양한 수학적 개념을 결합해야 하고, 문제해결이 복잡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 정책관은 지난해 수능 공통수학 22번에 대해 "다수의 수학적 개념이 결합돼 문제 해결 과정이 복잡하다"며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을 응시한 수험생은 해당 문제 출제자가 기대하는 풀이 방법 외에 미적분에서 학습한 '변곡점'의 개념과 성질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어 영역 킬러 문항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과 전문 용어를 알아야 빠르게 풀 수 있는 경우'를 공통된 이유로 짚었다. 

지난 1일 치러진 6월 모의평가 공통 국어 14번에 대해선 "낯선 현대철학 분야의 전문 용어를 다수 사용해 지문을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문제의 선택지로 제시된 문장 역시 추상적이어서 지문과 답지의 개념 연결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영어 킬러 문항에 대해선 "일부 문항이 전문적이고 관념·추상적인 내용"이라며 "(문장을) 해석하고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공교육에서 다루는 수준보다 어려운 어휘와 복잡한 문장이 많아 해석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6월 모평 공통영어 34번과 관련해선 "생소한 서양 철학의 추상적 개념과 내용을 이해해야 빈칸 추론이 가능하다"며 "빈칸을 포함한 문장이 공교육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수준보다 어려운 문장구조로 구성돼 있어 체감 난도가 높은 문항"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과학탐구 영역의 킬러 문항도 제시했다. 공통된 이유로는 "공교육 학습내용의 성취 정도보다는, 추가 학습이 중요하다"며 "복잡한 추론과 계산을 요구하고 있어 풀이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평가했다. 김 정책관은 "공교육 과정에 해당 내용이 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에서 배운 내용으로 문제를 풀이할 수 있는지가 킬러 문항을 가르는 관건"이라고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직접 열고 "킬러 문항에 따른 교육 현장 폐해를 미리 막지 못해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수능이 어려우니 별수 있나"...사교육비 '껑충'

학생과 학부모 부담을 키우고,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황폐화하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내놓았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었다. 2010년부터 2012년,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2020년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007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전년대비 10.8% 증가했다. 
 

표=교육부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A씨(42·여)는 "영어·수학·과학·국어는 기본으로 다녔다"며 "농구 같은 예체능 학원도 필수"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B씨(40·여)는 "(부모가) 맞벌이면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것도 있다"며 "고학년 때 영어와 수학은 다 할 것 같고, 필요에 따라 예체능을 넣는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과도한 사교육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힘든 와중에 학원만 이익을 취하는 공정하지 않은 상황을 뿌리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공정한 수능'을 점진적·단계적으로 실현하고, 사교육 수요 원인별 맞춤 대응을 통해 사교육을 경감해 나갈 계획이다. 

이 부총리는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사교육을 경감하기 위해선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교육 정상화"vs"준킬러문항 사교육 급증"

정부 발표를 두고 교육 전문가들은 수능에 대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엄단할 수 있는 시작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올해 수능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야 수능 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건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수능을 출제했던 사람들은 본인들이 전문성을 갖고 킬러 문항 없이는 난이도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라 그렇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책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끊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가 말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 수능 검토위원인 고등학교 교사가 사교육업체로 가는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방침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수험생 입장에선 킬러 문항에 대한 기준이 아직도 모호하다며 현장 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금 현재 킬러 문항도 영역별로 어느 정도 선별돼 있는 상황이라, 수험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게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박주호 교수는 "킬러 문항 자체를 대비하는 학생 숫자가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라며 "(이번 대책 핵심은) 사교육비 경감인데, 수능이 존재하는 한 사교육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 변별력을 갖추려면 '준 킬러 문항'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사교육에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