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숨막혔던 24시간①] 내전 막았지만…모스크바 턱밑까지 반란군 진격

2023-06-2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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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 리더십 타격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반란군 형사처벌 취소하고 안전 보장


 

무장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4일(현지시간)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면서 주민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용병 단체 바그너그룹이 일으킨 반란 사태가 24시간 만에 종료되면서 러시아는 내전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란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바그너그룹은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14년 세운 용병 단체다. 프리고진은 사기와 성매매 알선 등 범죄로 처벌을 받은 전과자였지만 푸틴 대통령이 즐겨 찾는 식당을 운영하며 그의 측근으로 부상했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 사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작전을 펼쳐 전과를 올렸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기준 군 출신 1만명과 러시아 교도소 수감자 출신 4만명 등 총 5만명 규모 병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 프리고진 "러시아군이 폭격 가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반란은 프리고진이 지난 23일 밤 10시께(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군을 비난하면서 조짐이 나타났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이 바그너그룹 야영지에 미사일 폭격을 가해 "우리 전사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군사 지도부가 만든 사악한 모습을 반드시 멈춰야 한다. 오늘 우리 군대를 파괴한 사람들은 반드시 처벌 받을 것"이라며 "우리 바그너군 2만5000명은 이 나라에서 왜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반란이 아니라 '정의를 위한 행진이라고 주장하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 해임을 촉구했다.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반란'으로 규정했다. 러시아 국가반테러위원회는 "프리고진의 진술은 전혀 근거가 없다. 이 진술들과 관련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무장 반란을 촉구한 데 따른 수사를 시작했다"며 체포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는 바그너 용병 그룹에 프리고진을 따르지 말 것을 권고했고, 또 다른 군 출신 인사는 "국가와 푸틴 대통령 뒤통수에 칼을 꽂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 모스크바 향해 가는 바그너···푸틴 "반란 진압하겠다"

모스크바로 전진할 것이라고 선언한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은 남부 지역 군사령부부터 점령했다. 

외신에 따르면 24일 오전 이들은 총 한 발 쏘지 않고 로스토프주 주도 로스토프나도누 군사령부를 손 쉽게 접수했다. 로스트프나도누는 우크라이나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돈바스 지역과 100㎞ 정도 떨어진 곳이다. 거리 곳곳에 바그너그룹 전차와 소총으로 무장을 한 용병이 눈에 띄었지만 민간인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 수뇌부가 협상에 나섰지만 바그너그룹이 진격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바그너그룹은 이날 프리고진이 유누스벡 러시아 국방부 차관,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 사이에 앉아 대화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반역을 마주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며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스토프나도누의 상황 안정을 위해 결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당국은 대테러 작전도 선포했다. 

 

바그너 그룹 병력이 진격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하루 만에 800㎞ 진군···모스크바 턱밑까지 접수

그러나 모스크바를 향해 가는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은 거칠 것이 없었다. 하루 만에 800㎞에 달하는 거리를 돌파하며 리페츠크주까지 도달해 모스크바 턱밑까지 치고 들어왔다. 

바그너그룹의 진격을 막으려던 러시아군은 상당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텔레그램 미디어 넥스타는 이날 러시아군이 헬리콥터 6대와 항공관제기 1대 등 항공기 7대를 잃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는 초비상이 걸렸다. 붉은광장과 시내 주요 박물관이 폐쇄됐으며 시 당국은 도로 폐쇄 가능성에 따라 주민들에게 통행 자제를 촉구했다.

모스크바 남부 외곽 지역에는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한 검문소가 설치됐고 일부 도로에는 바그너그룹 진격을 막기 위해 전차 등 군용 차량과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배치했다. 러시아 국영 '채널1'은 긴급 뉴스 속보를 위해 정규 프로그램 송출을 중단했다. 


◆ 벨라루스 대통령 중재로 반란 종료···프리고진 벨라루스行·바그너그룹 형사 처벌 전면 취하 

급박하게 진행되던 초유의 반란 사태는 24일 밤 종료됐다.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을 막은 것은 러시아 정부가 아니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었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프리고진과 20년에 걸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 중재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당국은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이 반란을 중단하고 떠나는 대신 안전을 보장하고 형사 처벌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합의에 따라 "이들(바그너그룹)은 벨라루스로 떠나고 혐의가 취하된다"고 말했다. 

NYT는 "프리고진이 모스크바 진군을 취소하면서 내전 가능성은 일단락됐다"고 전하면서도 "1999년 푸틴 대통령이 집권한 후 가장 위협받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일은 푸틴이 러시아 권좌에서 23년간 쌓은 비공식적 권력 구조의 결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바"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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