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나타난 물가 둔화기와 비교해 눈에띄게 더딘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물가 둔화에 돌입한 뒤 6개월여 만에 1%포인트 이상 급감했으나 근래에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며 경직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19일 '최근 물가 흐름에 대한 평가(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물가 상황 판단을 위한 '기조물가' 흐름 판단이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등 주요국들과 달리 기조물가 지표 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 4월 기준 한국의 기조물가 지표 범위는 0.9%포인트로 집계됐다. 반면 미국의 기조물가 지표 범위는 3.6%포인트, 유로지역 2.6%포인트로 파악됐다. 또한 한국의 경우 주요국들과 달리 근원물가와 기조물가가 동일한 움직임을 나타내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근래 국내 근원물가 둔화세는 과거와 비교해서도 둔화세가 뚜렷하다. 한은이 근원물가상승률 모멘텀을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등 과거 물가 둔화기와 비교해 분석한 결과 1998년과 2008년 근원물가가 고점을 찍은 후 6개월 만에 각각 2.2%포인트, 1.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지난 6개월 간 국내 근원물가 둔화폭은 0.4%포인트에 그쳤다.
이처럼 국내 근원물가의 더딘 둔화 흐름에는 '서비스물가'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코로나 방역조치 해제 등에 따라 여전히 양호한 소비 회복 흐름이 근원물가 둔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근원물가가 빠르게 둔화됐던 지난 1998년과 2008년 당시 민간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팬데믹 초기에 급감한 서비스소비는 작년 2분기 들어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왔고 현재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양호한 노동시장 상황도 근원서비스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는 요소다. 실제 취업자수 증감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 1998년과 2008년에는 취업자 수가 감소했으나 최근에는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앞서 언급된 서비스소비와 고용 흐름에 따른 비용인상압력의 이차 파급영향과 근원인플레의 높은 지속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근원물가에 대한 상방리스크가 만만치 않은 만큼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것이 한은 판단이다. 한은은 "목표수준(2.0%)을 웃도는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방리스크에 유의하면서 물가 여건 변화 및 그에 따른 향후 물가 영향을 주의깊게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