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랑혁 구루미 대표 "일상 속 화상 기술, 초거대 AI로 더 편리해진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온라인 화상회의 서비스 기업 ‘구루미(Gooroomee)’가 오픈AI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AI) 화상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시장을 선점한 구글이나 줌 같은 글로벌 기업 서비스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구루미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맺고 MS의 초거대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신사업 확장과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는 이랑혁 구루미 창업자 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한 내용.


-구루미라는 회사를 소개해 달라.

“2015년 9월 설립한 화상회의 서비스 기업이다. 여러 사람이 프로그램을 깔지 않고 웹(브라우저)에서 간편하게 쓸 수 있는 화상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시작했다. 2~3년 동안 영상을 처리하는 서버 기술을 개발해 ‘세상에서 가장 큰 온라인 독서실’이라는 콘셉트로 학생들이 (PC 웹캠을 켜 놓고) 온라인으로 모여서 공부할 수 있는 화상통화 서비스를 내놨다. 이게 지금 가입자 300만명 정도인 B2C 서비스 ‘구루미 캠스터디’가 됐다. B2B 모델로 화상회의와 화상수업 운영에 쓸 수 있는 ‘구루미 비즈’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타사 업무 솔루션에 연동할 수 있는 기능과 플랫폼도 제공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가 기업과 정부에 많이 알려졌다. 이제 누구나 화상 기반 회의나 강의를 경험해 더 나은 시장 환경이 갖춰졌다고 본다. 요즘은 업무나 교육용 화상 서비스에 챗GPT 같은 AI를 활용한 새로운 기능을 개발해 제공하는 등 트렌드에 맞는 기술을 적용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달부터 ‘구루미 AI 스페이스(Space)’라는 AI 모델 비교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원래 화상회의 기술에 관심이 많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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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사회생활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게 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그때그때 찾았다. 중학교 2학년에 처음 접한 프로그래밍 외에도 제가 구름과 별을 좋아해서 학부 전공은 천문학을 택했고 회사 이름은 (’구름’을 연상시키는) 구루미로 지었다. 이후 진학해서 경영학과 컴퓨터공학 과정도 밟았다. 직장을 다니다 언젠가 창업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직장인 누구나 창업을 꿈꾸지 않나. 다만 저는 ‘계획을 실행하면서 다듬는다’고 생각해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졌다고 판단했을 때 행동에 옮긴 것이다. 구루미 캠스터디는 초기 서비스를 무료로 내놓은 뒤 독특한 이용자 패턴에 착안해 발굴한 것이다. 대상을 관찰하고 발견하기까지 큰 인내심을 요구하는 천문학을 배운 덕분이다. 경영학을 배운 덕에 회사가 천천히 스스로 생존하고 성장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겪으며 지금까지 살아남았고, 지금은 AI 확산으로 일반화한 GPU 사용과 병렬 처리 기술 지식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때 미리 접하고 여기서 가치를 얻을 방안도 고민할 수 있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구루미 서비스 초기에 이용자들이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우리를 언급하고 구루미 비즈를 사용하는 데 도움을 많이 줬다. 개인용인 캠스터디를 써 보신 분들이 취업한 뒤에 연락해 준 사례가 꽤 있다.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구루미를 대외적으로 언급해 주시고, 우리 제품을 사용해 주신 덕분에 우리가 타사와 경쟁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교육 분야나 일반 기업이 쓰는 화상회의 시장은 줌, MS 팀즈, 구글 미트 중심인 세상이 됐는데, 그런데도 우리가 한국 기업으로 생존하고 국내에 제품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은 잘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정부가 국내 산업 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여러 사업 예산이 주로 일정 수준 이상 규모가 있는 곳으로 가는 일이 많아 아쉽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그런 예산 지원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다면 연구개발 등을 확대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차별화 전략이 궁금하다.

“구글이나 MS가 무료 또는 저가 공세를 편다면 우리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들이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기능을 갖춰 비교 우위를 만들고 공개 입찰 사업을 통해 기술을 공급해 왔다. 사교육, 공공, 민간 업종별 시장을 따로 접근하다 보니 우리가 경쟁력을 보유한 기술 요소를 다른 분야에 제공할 기회가 있었다. 예를 들어 최근 금융 분야에선 보험 상품 판매를 위한 ‘디지털 미러링’ 수요가 커졌다. 상담자와 계약자가 동시에 서류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하는 절차에 필요한 기술이다. 우리는 화상 수업을 위해 필요한 영상과 문서를 고품질로 실시간 처리하는 기술을 이미 갖고 있었다. 이것으로 빠르게 디지털 미러링 서비스를 개발해 금융사에 제공하고 있다. 언젠가 교육기관에 보급될 ‘디지털 교과서’ 서비스용 기반 기술도 이미 갖고 있다. 챗GPT 같은 AI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교과서 수업을 받는 학생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만드는 기술, 기존 교과서를 디지털화해 학생들이 활용하기 쉽게 만드는 기술 등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MS 파트너 자격으로 오픈AI 기술을 활용한 AI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그렇다. 구루미는 우리 일상 속에 녹아드는 화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데, 챗GPT를 만든 오픈AI 기술은 AI를 일상에 들어오게 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봤다. 챗GPT를 접한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그걸 보고 ‘AI가 우리 삶에 들어왔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MS와 맺을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현재 개인 화상회의 서비스 이용자가 심심할 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AI 친구를 만들고 있다. 구루미 캠스터디에 ‘루미 언니’라는 페르소나를 추가한다. 나중에는 동년배 친구나 삼촌 등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업무에 화상회의 도구를 써야 하는 교육기관이나 학원, 기업에선 모든 회의·수업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요약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교육자 부담을 줄여 주기도 하고, 학생이 일일이 필기하지 않아도 공부할 내용을 듣고 정리하고 요약해 볼 수 있고, 필기 자체에 쓰는 에너지를 아껴 수업에 더 집중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시간을 만들어 주는 AI도 개발하고 싶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e-mail]]

-화상회의 전문 기업이 왜 AI에 투자하나.

“구루미는 화상 서비스 이용자에게 더 편리한 이용 환경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 그걸 통해 개선된 피드백을 받는 것이 목표다. '구루미 AI를 이용하면서 더 좋아졌다' '무엇이 부족한데 보완했으면 좋겠다' 같은 이용자 의견을 듣고자 한다. 전부터 기본적인 이미지 인식, 영상 속 사물 인식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AI 연구개발을 해 왔다. 최근에는 AI로 농촌에서 넓은 경작지 영상을 분석해 화면 속에 나타난 사물이 경작에 해로운 동물인지 아닌지 등을 판정하는 기술 과제도 수행했다. 영상 쪽은 3~4년 전부터 AI 연구개발을 해 온 셈이고 음성 분야는 2년 전 ‘딥히어링’이라는 AI 기반 음성 처리 기술 보유 회사에도 투자했다. 기존 활동에 초거대 AI 분야를 더한 셈이다. 큰 기업이 이미 만든 AI 기술 활용 비중이 큰 편이지만, 이대로 어느 정도 사업성을 확보하고 나면 자체 AI 기술 확보에 투자하고 필요하면 다른 곳과 협업해 나갈 것이다.”

-화상회의 분야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나.

“창업 당시 국내는 화상 기술만으로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이제 국내에 (화상 기술을 제공하는) 네이버 같은 큰 기업이 있고 줌이나 글로벌 기업과도 경쟁해야 하는 환경이다. 고유 기술과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기술을 다양한 상품으로 연계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는 잘 만들어진 기존 IT 시스템과 연계할 화상 기술 수요가 기업과 학교에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화상 기술과 함께)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성장할 기회다. 예를 들어 국내에 중·고등학교 방과후학습에 우리 기술로 제공하는 ‘교실온닷’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과거에는 방과후학습을 같은 학교 선생님과 학생이 진행했지만 이제 교실온닷을 통해 타 학교 선생님과 학생이 같은 학습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어느 나라에나 똑같은 모델이 도입될 수 있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교육 시스템과 잘 연결돼야 하고, 방송처럼 대규모 영상 송출을 제어하는 기능과 기술적 노하우도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이런 것에 경쟁력이 있다.”

-올 초 대통령 아랍에미리트 경제사절단에 동행했다. 해외 진출 계획이 있나.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면 중동 사례를 우선 확보할 생각이다. 아직 경제사절단 동행 이후 각자 노력하는 단계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우리가 현지에서 만날 수 있는 기업, 공공기관, 교육기관 명단을 요청하고 당장 가능한 기업들과 직접 연락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다른 동행 기업과 도움을 주고받으며 더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국내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기업들이 중동으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현장에 화상회의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다른 지역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여러 번 참가했고 올해 7월 스페인 지역에서 비즈니스 미팅이 잡혀 있다.”

-정부의 IT 기업 해외 진출, 인재 육성, 연구개발 지원 정책을 어떻게 보나.

“진정성 있게 움직일 큰 기업과 스타트업을 잘 선별해 그들이 협력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재 채용이나 경쟁 환경 관련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게 좋은 시장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의 최대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비즈니스가 성공하지 못하면 기업은 인재를 잡을 수 없다. 또 스타트업이 경쟁력 있는 아이디어를 먼저 실현하더라도 이걸 빠르게 복제해 경쟁자로 나서는 이들이 많은데, 그런 걸 막는 일도 좋은 정부 역할이라고 본다. 작은 기업이 스스로 잘 크는 환경이 돼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도 한다. 일개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불공정 경쟁 극복 등) 이룰 수 없는 일이 있다. 여기에 우리가 ‘삽질’ 100번 하는 것보다 정부가 ‘포클레인’ 한 번 투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AI 기술 기반 신사업도 있나.

“다양한 초거대 AI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AI 스페이스’라는 서비스를 이달 초 베타 버전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AI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개발자가 현존하는 다양한 AI 가운데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선택하도록 돕는 서비스다. 우리도 처음 AI 기술을 활용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때 힘든 지점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 주려고 만들었다. 예를 들어 개발자가 자신의 AI 챗봇 서비스를 만들어야 할 때 어떤 모델이 적합할지 검토하려면 일일이 써 봐야 한다. AI 스페이스로 동일한 프롬프트(명령어)를 한 번만 입력해서 오픈AI의 GPT-3.5와 GPT-4 모델이 각각 내놓은 답과 이 결과를 내는 데 걸린 소요 시간 등을 비교할 수 있다. 이름이 알려진 다양한 업체의 AI 기술(API) 정보를 정리해 놓고, 이용자가 이걸 참고하거나 구루미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도 열어 놓았다. 기본 기능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유료 고급 기능도 내놓겠다.”

-하반기 이후 수익성 개선이나 후속 투자 유치 계획은.

“우리 모든 서비스에 AI가 들어가고 있어 이용자 규모와 트래픽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초창기 B2C 무료 서비스로 시작한 구루미 캠스터디는 B2B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해 ‘올리고’라는 상품을 도입했다. 올리고는 화상 수업이나 스터디 모임 등에서 관리자용 편의 도구와 고급 기능을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로 학원가와 수험생 모임 등에 알리고 있다. 외부 투자는 이제까지 프리 시리즈A와 전략적 투자 등을 유치했고 연내에 시리즈B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향후 상장 전략도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있다.”
 

이랑혁 구루미 대표 [사진=유대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