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나타난 빅테크 랠리가 과거 '닷컴 버블' 사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7개 빅테크 기업은 올해 들어 주가가 40~180% 급등했다. 이 7개 종목 가운데 5개 종목이 지수 전체 시가총액(시총)의 거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2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애플의 시총은 영국 상위 100개 상장 기업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인공지능(AI) 열풍에 엔비디아는 올해 시총이 6400억 달러나 늘었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큰 두 은행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시총을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그러나 이 7개 회사를 제외한 S&P500에 상장된 나머지 493개 기업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보합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랠리가 소수 기업이 주도한 점에 비춰,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자산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레미 올루 피탄은 “일반적으로 소수의 주식만 실적이 좋을 때 과대 평가 및 투기가 나타난다”며 “모두가 이러한 소수의 주식에 돈을 퍼부으면서,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발생했던 또 다른 테크 거품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의 니프티 50(Nifty 50)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당시 IBM, 코닥, 제록스 등 소수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니프티 50은 급등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거품이 한 번에 꺼지면서 지수가 고꾸라졌다. 대부분의 종목은 거의 10년간 1970년대 초 주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포모(FOMO. 상승장에서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두려움에 랠리에 동참하는 흐름)를 경고했다. 맨 GLG의 투자 전무이사인 에드 콜은 “올인하면 위험하다”며 포모에 동참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다만,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는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S&P500 연말 전망치를 기존 4000에서 4500으로 상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추격 매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은행은 “3개월 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던 신중한 투자자들이 풍부한 현금을 들고 랠리를 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