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 새 회계기준 '실적 왜곡 논란'에 뒷북 대응책 마련

2023-06-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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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올해 도입된 보험사 새 회계기준(IFRS17)에 대한 실효성 제고 작업에 착수했다. 새 회계기준 적용 기준이 모호해 1분기 실적 신뢰성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이미 이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를 경험해 ‘주먹구구식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책임준비금 외부검증 개선 공동작업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차수환 담당 부원장보 외에도 4개 계리법인 대표와 2개 회계법인 임원, 6개 생·손보사 담당 임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보험사 책임준비금에 대한 외부 검증 개선 방안을 집중 논의했고 그 결과 검증 기준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기존 회계기준(IFRS4)의 외부 검증 기준을 IFRS17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가정·책임준비금·이익잉여금 내 준비금 등 다양한 적정성 기준에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표준검증시간도 도입한다. 최초 검증 시 회사 규모에 따라 2400시간(자산 1조원 이하)에서 4600시간(자산 20조원 이상)으로 나눈다. 이 과정에서 난이도에 비해 인력 투입 시간이 적고 보수가 낮아 외부 검증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이후 정확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검증품질 핵심 지표도 마련한다. 매출액, 인력의 질적·양적 규모, 검증업무 수행 적정성 등 19개로 나눠 한국보험계리사회를 통해 공시한다. 계리법인은 대부분 규모가 영세해 정보 공유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걸 고려한 조치다. 검증기관 간 협의체도 마련한다. 그간 회계·계리법인 간 협의체가 부재해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걸 바로 잡았다.

차수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번에 마련한 개선 방안을 토대로 계리법인 등이 보다 객관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책임준비금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논의가 이뤄진 배경은 새 회계기준 도입 후 훼손된 ‘실적 신뢰성’이다.
 
새 회계기준에서 중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보험계약마진(CSM)' 산출 방식이 일원화되지 않아 측정치가 과도한 곳들이 생겨났다. 이로 인해 올 1분기 실적이 작년 전체 실적에 버금가는 ‘허수’도 발생했다. 실제로 전체 보험사의 올 1분기 순익은 7조여 원으로 작년 전체 순익(9조2000억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금감원의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에 앞서 금감원이 수차례 영향평가를 진행했는데 이런 부작용을 예상했다면 그때 바로잡았어야 했다”며 “(뒤늦게 개선안을 마련하는 건) 결국 도입 과정에서 준비가 미비했다는 걸 스스로 자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한 보험업계 피해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1분기 실적에 대한 정확한 가치 판단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올 초부터 활성화가 될 것으로 봤던 인수합병(M&A)이 지연된 것을 가장 큰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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