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집회 소음의 평균값을 단속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낸 뒤 일정 시간 소리를 줄여 평균값을 낮추는 식의 집회 주최 측 편법에는 속수무책이다. 현행 집시법은 시위 참가자의 권리와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할 일반 시민들의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집시법에 따르면 10분간 측정한 평균 소음이 65데시벨(주거지역 기준)을 넘거나 최고소음 기준인 85데시벨을 1시간 동안 세 차례 이상 넘기면 규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는 이 같은 규정을 꼼수로 피해가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5분간 큰 소음을 낸 후 나머지 5분 동안 소리를 줄여 평균값을 낮추거나 1시간에 두 번만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내는 등의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간다. 서울 시내 기업 사옥 인근은 시위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빈번하다. 여론에 민감한 기업을 상대로 모욕적이고 자극적 시위를 벌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출퇴근 시간을 비롯해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에 고성능 스피커를 동원해 장송곡을 틀었다. 인격 모독성 발언과 기업에 대한 비방을 일삼은 A씨에 대해 법원은 기업 측에 해고에 대한 책임이 없고 A씨의 표현 일부가 도를 넘어섰다며 제동을 건 바 있다. A씨는 법원에서 지적한 일부 표현을 고치고 장송곡을 운동가요로 바꾸었을 뿐 이후에도 기업 직원과 인근 시민을 볼모로 한 막무가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집회 신고를 했더라도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경찰과 관할 지자체로부터 1일 단위의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은 대부분 지자체가 시위 현장으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 85데시벨을 초과하는 소음을 ‘폭력적 소음’을 의미하는 ‘폭 소음’으로 규정해 원천 금지하고 있다. 이를 1회만 어겨도 경찰이 즉시 규제에 나선다.
반면 국내의 경우 21대 국회 들어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의 입법안이 모두 9건 발의됐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과도하고 반복적인 시위 소음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엄격히 제한할 수 있도록 집시법 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