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개월여를 맞은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이 '디지털 혁신'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취임 초부터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를 허무는 빅블러 시대 도래와 구글, 챗GPT 등 디지털 주요 이슈들을 거론하며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 지방금융그룹이 처한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디지털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그룹은 지난달 중순 BNK부산은행 본점에서 빈대인 회장과 디지털 담당 임원 전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개최하고 그룹의 주요 디지털 전략을 논의했다. 디지털혁신위원회는 빈 회장 취임 이후 회장 직속으로 신설된 조직으로, BNK 전 계열사에 공통된 디지털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그룹 회의체로 마련됐다.
빈 회장이 그리는 디지털혁신 밑그림은 중장기 인재 육성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BNK금융은 지난 7일 BNK금융 본점이 소재한 지역 대학 두 곳(부경대학교, 동서대학교)과 디지털 전문 인재 육성 및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BNK금융은 그룹 내 금융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대학 산학연계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학 내 혁신성장기업 대상 설명회 및 맞춤형 컨설팅 등을 진행해 디지털금융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구상이다. 두 대학 역시 BNK금융 임직원을 대상으로 석·박사 학위과정교육을 지원하는 한편 디지털금융공학 연구 활성화 과제 지원 및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해 디지털금융 경쟁력과 미래 청사진을 함께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빈 회장이 디지털 강화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부산은행장 재직 당시 지방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모바일뱅킹(썸뱅크)을 출시했고 온·오프라인 융합 옴니채널 구축과 창구업무 페이퍼리스 추진 등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발빠른 대응에 나서며 성과를 보인 바 있다. 이에 올 초 BNK금융 회추위도 빈대인 내정자의 대표이사 회장 선임 배경에 대해 "지역은행 최초로 모바일뱅크를 출시하는 등 디지털 혁신을 주도했고 지역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빈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지방 경기침체와 은행업 금융혁신, 핀테크 및 빅테크 등 새로운 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출 등으로 높은 벽에 부딪힌 지방금융의 한계를 뛰어넘을 강력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빈 회장이 취임사에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을 적극 반영하며 자신의 임기 동안 BNK의 주요과제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꼽힌다.
실제 빈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대외적으로 금융시장 불안 요인 증가와 빅블러 시대 도래에 따른 대비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경영환경 변화의 폭과 속도를 통찰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미래를 맞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출시 닷새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하고 구글(Google)의 시장 지위마저 위협하고 있는 챗GPT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산업도 우리만의 깊이 있고 차별화된 경쟁력이 생존에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혁신으로 지역금융그룹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