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만에 최고점 찍은 일본 증시…닛케이 3만5000 가나

2023-06-0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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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반사 이익으로 반도체 기업 크게 성장

이면에는 엔저 정책·日 정부 노력 존재

향후 전망 두고 전문가 의견 분분

지난 5일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일본 증시 현황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일본 증시의 고공행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닛케이225지수(닛케이지수)를 비롯한 도쿄증시 주요 지수가 과거 버블 붕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미·중 갈등으로 리스크가 커진 중국시장 대신 일본을 선택한 결과다. 

문제는 일본 증시의 오름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다. 추가 상승 요소가 남았다는 의견과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일본증시가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고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33년 만에 최고치 찍은 日 증시... 그 중심에는 반도체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교도통신·재팬타임스 등에 따르면 5일 닛케이지수는 3만2506.78포인트로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0.90% 올랐다.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에도 2.2% 급등해 올해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치솟았다. 지난 5월 기준 닛케이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은 지수로 분류되기도 했다.

도쿄 증시 전체를 포괄하는 TOPIX 지수도 2236.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기업뿐 아니라 일본 증시 전반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다. 지난 5월 기존 TOPIX의 최고치인 2127.18을 경신한 데 이어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이번 주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일본 증시의 오름세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시장의 우려를 사던 연방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피하면서다. 타치바나 자산 운용사 리서치 부서의 시게토시 카마다 애널리스트는 재팬타임스에 "지난 금요일 미국 시장의 상승세는 일본의 위험자산(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종목별로 보면 일본 증시를 끌어올리는 주요 업종은 단연 반도체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아드반테스 70% △스크린 홀딩스 33%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2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드반테스는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업체, 스크린 홀딩스는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 기업이다. 이른바 일본이 자랑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반이 상승 동력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이 같은 반도체 기업 주식의 성장세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투자자들은 상황이 불안정한 중국 본토나 대만 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일본을 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과 TSMC 등 대만 기업도 미·중 갈등으로 인한 피해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걸었고 이에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 대한 반도체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반도체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와 충칭, 다롄에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동시에 대만을 둘러싼 긴장감도 커졌다. 양안 사이 군사 활동이 늘어나면서 TSMC 등 대만 기업에 대한 불안함이 커졌다. 

미·중 갈등으로 생긴 틈을 일본 반도체 업계는 발 빠르게 비집고 들어갔다.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외국 반도체 생산 업체 및 연구 기관 7사 대표와 면담을 한 행보가 대표적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세제 혜택 등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했다. 

일본 정부의 노력의 결과로 반도체 업체에 대한 투자는 늘어났다. 삼성전자, TSMC 등은 일본의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요코하마시에 첨단 반도체 시제품 생산 라인을 신설하기 위해 300억엔(약 3000억원)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100억엔(약 1000억원) 이상 지원할 전망이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1조2000억엔(약 11조2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엔저 정책·정부 주주 친화 정책 노력이 만든 日 증시 상승
시장은 최근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일본 정부의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로 본다. 미·중 갈등과 이에 따른 반도체 업종 호황이 만든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닛케이 아시아·슈칸겐다이 등 일본 현지 매체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의 양적 완화가 주식 시장 전반의 상승세를 만든 가장 우선적 요인으로 꼽았다. 우에다 총재는 일본 경제를 반등시킬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며 양적완화를 지속할 의지를 수차례 밝혔다. 우에다 총재 취임 직후 고평가 받던 엔화도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특히 최근에는 1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40엔까지 떨어지는 등 엔저 현상이 공고해졌다. 엔저는 수입 물가의 상승을 유발해 일본 국내 물가를 잡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거꾸로 수출 기업의 실적을 키워준다.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기업에 도움이 됐다. 이들 기업에 해외투자자가 몰리며 주가는 수직 상승할 수 있었다. 미국과 유럽 등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해 자본 조달이 어려운 반면 일본 기업은 저금리를 통한 경쟁력 확보도 가능했다. 

현지 매체가 본 또다른 배경은 도쿄 증시의 주주 친화 정책이다.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초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사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 수준을 올리기 위한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청산 가치보다도 낮다는 뜻이다. 이에 미쓰비시상사, 후지쓰 등 대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실제 시스 피셔 오아시스 매니지먼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닛케이아시아에 "일본 기업이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구조 개선에 나섰다"라며 "도쿄증권거래소의 이 같은 행동(PBR 개선 움직임)으로 일본 기업 지배 구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기업들에게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등 유명인사도 일본 증시에 대해 고평가했다. 실제 일본 증시에 대한 비중을 늘렸고 이를 추동하는 세력이 증가하면서 '버핏 효과'라고 불린다.

버핏 CEO는 지난 4월 도쿄를 방문했을 당시 CNBC와 인터뷰에서 몇 년 전부터 일본 무역회사들의 주식이 금리에 비해 "형편 없는 가격"에 팔리고 있어 포지션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실제 버크셔 해서웨이는 일본 주요 무역 회사인 이토추상사, 미츠비시 그룹, 미츠시, 마루베니, 미쓰이 물산 등의 지분을 각각 5% 이상 늘렸다. 

버핏 효과는 즉각 발현됐다. 해외 투자자들은 5거래일 만에 일본 주식 1조5000억엔(약 78억3000만 달러)을 순매수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발길이 일본으로 향하며 일본 시장으로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진 것이다. 
 
"닛케이지수 3만3000포인트 간다" vs "지금이 정점"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남은 시선은 향후 전망으로 쏠린다. 일본 증시의 상승세는 일시적이라는 견해와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견해가 부딪치고 있다. 

일본 증시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BOJ의 양적완화를 근거로 든다. 히라카와 쇼지 도쿄 조사 센터 수석 애널리스트는 "적어도 BOJ의 금리 결정이 나는 오는 16일까지는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며 "3만3000포인트까지는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률 곡선 제어(YCC)에 변화가 있다면 찬물을 끼얹겠지만, 반향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연준의 최종금리가 다가오는 점을 보면 주식시장 여파는 적을 것이라고 봤다. 

대외변수에 주목한 전문가도 있다. 야마토 증권그룹 나카타 세이지 사장은 현재 추세라면 해외 투자자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가 줄면 3만5000포인트를 목표로 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일본 증시가 정점을 찍었으며 하락할 것이라고 본 견해도 나온다. 이들은 미국 증시와 일본 증시의 관계를 주목했다. 특히 경기 침체 우려나 피봇(통화 정책 전환) 가능성을 관건으로 봤다. 

미우라 토요시 미즈호 증권 자산 조사부 선임 애널리스트는 "연내 피봇이 현실화되거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것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엔저 환율이 엔고 환율로 바뀌면 7월께 닛케이지수는 2만9000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일본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 기준금리의 변화가 일본 증시에 호재일지 악재일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마카베 아키오 타마대학 교수는 슈칸겐다이에 기고문을 통해 연준의 기준금리가 오를 것이며 이는 일본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마카베 교수는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일본주를 매각할 해외 투자자가 늘 것"이라며 "일본 증시 상승 현상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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