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서 'AI웹툰 보이콧' 운동 쇄도..."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 없어야"

2023-06-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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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업계 불공정 계약 만연한데 AI라고 다를까···"

지난 2일부터 AI웹툰 보이콧과 관련한 게시물이 네이버웹툰 도전 만화에 올라오고 있다. [사진=네이버웹툰 도전만화 캡처]

네이버웹툰 등 대형 웹툰 플랫폼이 창작물을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웹툰업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네이버가 주최한 ‘2023 지상최대공모전’에서 생성형 AI(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인공지능 기술)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 다수 응모되고 있다. 여기에 창작물을 AI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다는 의혹이 일면서 웹툰 플랫폼 전반에 대한 보이콧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네이버웹툰은 작가들 창작물을 AI 학습용으로 이용하려는 논의조차 한 적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웹툰업계에서는 지난 3월 발생한 검정고무신 사건처럼 출판·웹툰업계 불공정 계약 문제가 생성형 AI 수익 분배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생성형 AI에 들어가는 저작물 수익 분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도전만화에서는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AI 웹툰 보이콧’이라는 게시물이 70편 이상 게시됐다. 생성형 AI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에는 독자들의 별점 테러도 이어지고 있다. 도전만화는 누구나 웹툰을 올릴 수 있는 네이버웹툰의 아마추어 창작자 플랫폼이다. 

보이콧이 등장한 배경에는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진행 중인 공모전에 참여하려면 회원 가입이 필요한데 이용약관 16조 2항에는 '회원이 올리는 게시물은 연구개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네이버가 저작권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고 저작물을 AI 학습용으로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네이버웹툰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으나 'AI 웹툰 보이콧'으로 번지면서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웹툰업계 불공정 계약 만연한데 AI라고 다를까···"
웹툰업계와 법조계에서는 AI 기술 특성상 결과물에 기여한 정도와 비례하는 수익 분배가 어렵다는 점에서 창작물의 AI 활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기 힘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손수정 변호사(정락수 법률사무소)는 "AI가 어느 정도까지 저작물을 이용할 것인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포괄적으로 허용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저작권자들이 대가를 받더라도 복제하는 정도에 따라 허용 범위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과거 출판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됐을 당시 계약서에 창작물을 파일로 전송하는 내용을 새로 포함하게 된 것처럼 AI 등장을 반영해 창작물 권리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AI 학습 데이터 이용은 저작권의 변형이나 가공을 한 2·3차 저작권 사용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보상 체계에 대한 설계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출판업계 관행이었던 저작권에 대한 포괄적 양도 계약(매절 계약)이 웹툰업계에도 이어지고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웹툰산업 불공정 계약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작가 중 40.8%가 '2차적 저작권, 해외 판권 등 제작사와 플랫폼에 유리한 일방적 계약'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지난 3월 저작권 분쟁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검정고무신' 원작자 이우영 작가가 출판사 대표와 맺은 계약도 대표적인 '불공정 계약' 사례로 꼽힌다. 당시 출판사 대표가 '공동 저작권자'로 계약돼 작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애니메이션 등을 만드는 근거가 됐다. 하 위원장은 "다른 기준을 논하기에 앞서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도 지금 만들어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제2의 검정고무신 없으려면···새로운 생태계 위한 합의 있어야"
AI 학습용 데이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면 단순히 창작물을 제공하는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된 생태계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제2의 이우영 작가'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창작자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첨언도 뒤따른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인공지능법학회장)는 “학습용 데이터에 저작물을 제공한 창작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형태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그 생태계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는 지금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저작권법이 AI 기술 발전에 따른 저작권 활용 유형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법 35조는 '공정 이용'에 해당하면 창작자 동의 없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저작권 침해 정도와 공익을 비교해 'AI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명확히 규정한 일본 저작권법과 대비되는 조항이다. 손 변호사는 "국내에서도 해석상 어느 정도 AI 활용이 가능하지만 공정 이용인지, 저작권 침해인지 분쟁이 생길 여지가 있다"며 "기술 발전과 시대적 변화에 따른 공정 이용 '유형'을 추가한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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