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에도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꺾이지 않고 있다. 방역 당국은 마스크 해제 등 방역 조치 완화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독감처럼 사람 간 전파가 이뤄지는 질병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염병 전문가들 역시 방역 완화로 인해 계절성 영향을 뛰어넘어 더운 날씨에도 독감 환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1주차(5월 21∼27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는 25.7명으로 직전 주와 같았다.
관련 통계가 있는 2000~2001년 절기 이후 21주차 의사환자 분율이 0.17명에서 7.00명 사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질병청이 발표한 이번 절기 ‘유행기준’ 4.9명보다도 5.2배 높다.
특히 소아·청소년층에서 의사환자 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1-6세가 26.4명 △7-12세 52.8명 △13-18세 49.5명 △19-49세 27.8명으로 집계됐다.
곽진 질병청 감염병관리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사회적 접촉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람 간 전파되는 질병은 당분간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염병 전문가들 역시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를 독감 환자 증가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아 국민들의 ‘자연 면역’이 떨어진 상태에서 방역 수칙 해제로 환자가 급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학교 내 마스크 착용 해제 등 대부분의 방역이 완화 되면서 독감 환자가 늘어난 것”이라며 “독감 감염은 기온이나 계절성 영향을 받지만, 현재의 경우에는 ‘마스크 해제’가 독감 환자 수 발생에 더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최근 독감 환자가 많다고 해도 2019년 수준이고, 본래 2~3월 정도 독감 환자가 늘어나는데 해당 시기가 두 달 정도 늦어졌다”면서 “언제까지 독감 유행이 이어질지 특정할 순 없지만, (여름 계절과 관련 없이) 당분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리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 수는 21주차 1826명으로 직전주(1966명)보다는 소폭 줄었다. 다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