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고물가, 무역적자, 금융 부실 ..한국 경제가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면

2023-06-0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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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1년 (5)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뿌리가 쓰더라도 열매는 달다. 시작은 초라해도 좋은 결실을 둬야 한다. 그런데 신정부 출범이라는 달콤한 기대감과 함께 뿌리가 내려졌지만, 1년이 훌쩍 지난 지금의 열매는 쓰기만 하다. 고물가의 부담은 장을 보는 주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고, 고금리 압력은 자영업자의 얼굴을 그늘지게 만든다. 꿈을 그리기보다 주판을 두들겨 보는 기업가의 마음은 얼어붙어 있고, 하나의 일자리를 놓고 수백명이 경쟁하는 청년의 어깨도 축 늘어져 있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경제 현상들도 그렇지만, 가계와 기업의 심리마저 얼어붙어 있다.
 
주력산업인 반도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휘둘려 재고만 쌓이고, 삼성전자 2023년 1분기 영업이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앞으로도 전망이 좋을 수 없는 것인지, 삼성전자가 내린 반도체 감산 조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 내려진 결정이다. 2차전지는 중국의 기술추격에 불안한 상황이고, 전통산업들은 기술-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뒤처지고 있다. 동맹국이라는 미국은 한국경제를 악용하려는 듯하고, 중국은 언제든 경제보복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23년 상반기 경제가 바닥이라고는 하는데, 정말 하반기부터는 회복을 시작할 것인지 의문투성이다. 뭐라도 좋은 게 있어야 기대를 해볼 텐데,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준비할 수 있지 않은가? 정부는 가계와 기업이 멋지게 춤출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야 한다. 튼튼하고 멋진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될 것이다. 지난 1년여 경제를 회고하고, 한국경제에 당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진단해야 할 시점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압력 고조
한국경제는 L자형 경기침체 국면에 놓여있다. IMF는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2%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2023년 한국경제가 1.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1.4%는 역대 4번의 경제위기(1980년 오일쇼크의 충격(-1.6%), 1998년 IMF 외환위기(-5.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팬데믹 경제위기(-0.7%))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이다.
 
더 큰 문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통상 경기침체 국면에는 저물가가 동반되는데, 2023년에는 인플레이션이 해소되지 않은 채 고물가-고금리의 하방압력이 작용하는 모습이다. 2023년 상반기는 0%대 성장률과 4% 수준의 고물가가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규명될 만하다. 한국은행은 2023년 경제를 ‘상저-하고’로 보고 있는데, 사실상 ‘상극저-하저’로 표현하는 게 적합할지 모른다. 상반기와 비교하면 하반기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에서 ‘상저-하고’이겠지만, 상반기가 ‘극심한 저’일 뿐 하반기도 녹록지 않은 침체국면의 ‘저’로 평가된다. 특히, 하반기에 잠재하고 있는 대내외 리스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와 스태그플레이션의 소용돌이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지에 따라서 ‘상저-하저’의 흐름이 될 수 있고,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료 한국은행] 



 
무역적자라는 터널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한국경제의 단면이다. 사실 2022년 2월도 반짝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17개월 연속’이라는 수식어만 면했을 뿐, 상당한 기간의 무역적자 행보다. IMF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면, 이런 일은 한국 역사에 찾아볼 수도 없다. 1995년 1월부터 시작한 무역적자 행보는 1997년 5월까지 장장 29개월에 걸쳐 지속하였고, IMF 외환위기를 몰고 온 주된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력산업의 수출부진이다. 한국의 10대 주력 수출품목을 보면 반도체, 석유제품, 석유화학,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제품,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선박, 무선통신기기로 모두 내구재나 생산재에 해당한다. 이는 다시 말해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 유독 취약한 수출구조로 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글로벌 경기가 호황인 국면에는 한국의 수출 성장세가 유독 탄탄할 수 있기도 하다.
 
대외환경이 녹록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다. 미국 동맹국 진영과 중국 동맹국 진영이 둘로 쪼개지듯 단절되며, 진영 대 진영의 싸움이 일고 있다. 특히, 반도체, 2차전지 등의 주력산업을 놓고 벌이는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그 여파가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 : 한국무역협회, 관세청 주 : 2023년 5월 무역수지는 31일까지의 통관기준 잠정치]




금융부실의 여진
대내적 불안요인을 찾자면,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부동산PF 발 금융부실이다. 2020년 유례없는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호황기가 찾아오고, 건설사들은 과도한 대출을 떠안고 아파트 건설에 대거 나섰다. 2022년부터 고강도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 이후, 부동산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냉각하기에 이르렀다. 미분양 주택이 급격히 쌓이고, 위험선 6만호를 넘어 현재 7만2000호 수준에 이르고 있다.
 
분양 후 대금을 갚는 방식의 부동산PF 대출은 부실대출로 쌓이고만 있다. 2022년 부동산PF 대출잔액은 129.9조 원에 달하고, 2020년 이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0.37%에서 2022년 1.19%로 급등했다. 2023년 현재 부동산PF는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 건설사의 부도 위기가 확산하고 금융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으로,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부정적으로 작동시키고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권 부동산PF 대출잔액 및 연체율 추이. 자료: 금융감독원]


 


 
경제정책 방향에 관한 제언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주요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불안요인을 해소하고 조기에 경기회복 국면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해야겠다. 첫째,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딱히 빠져나올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물가를 잡으려 기준금리를 인상하자니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경기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자니 고물가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힘은 더 세지고 싶은 상황이라 할까? 물가와 경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다. 2023년 하반기 내에 물가를 안정화하는 데 우선 총력을 다하고, 2%대의 목표물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저소득계층에게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하고 있음을 주지하고, 부담을 덜어줄 대책들을 마련하는 데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둘째, 무역적자라는 터널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주요국 경기가 부진하고, 수입 수요가 줄다 보니, 대외 경기에 민감한 한국의 수출경기가 매우 부진한 상황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2023년에 상대적으로 경기회복 국면에 있는 신흥개도국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신흥국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기도 하다. 신흥시장의 바이어에게 유망한 3가지 제언 기업 제품을 소개하는 등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들을 다각도로 마련해야 한다. 한편, 미·중 패권전쟁의 전개 과정에서 중국과의 극단적인 교류 단절이나 경제보복 상황에 내던져지지 않도록, 한국경제의 특이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등의 유연한 외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셋째, 부동산PF발 금융부실이 확산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안정화하고,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를 지속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미분양 주택이 지속적으로 해소될 수 있도록, 매수심리가 충분히 살아날 때까지는 건설사들의 분양공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중소 건설사들의 부도 위험을 완화하고, 금융부실이 전이되지 않도록 금융 시스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하겠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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