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2023년 세계경제전망(업데이트)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2023년 세계경제는 2.6% 성장하면서 여전히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었다. 동 연구원이 2022년 11월에 발표한 전망치 2.4%에 비해서는 0.2%p 상향조정된 수치인데 미국(0.6%→1.2%), 유로지역(0.0%→0.8%), 중국(4.8%→5.5%)의 성장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하고 이에 따른 소비활동도 아직은 견조한 동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2023년 3% 중반대로 낮은 수준이며 2022년 1월 이후 취업자수가 월평균 30만명 이상 증가하였다. 유로지역은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고 예상외로 따뜻한 겨울을 나면서 에너지 비용지출의 급증을 피할 수 있었다. 중국은 2023년 들어 코로나에 따른 방역정책이 완화되었고 경제활동이 정상화되었다. 여기에 중국정부의 완화적인 거시경제정책이 더해지면서 정부 목표치 5.0%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성장률을 0.2%p 상향조정했지만 이것이 세계경제의 완연한 회복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세계경제는 2021년 6.3%, 2022년 3.3%에서 2023년 2.6%로 성장률의 하락 추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락세는 2022년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금융긴축의 효과 때문이다. 그리고 금융긴축의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2023년부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4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0%로 2023년보다는 약간 높은 수치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 강한 V자형 회복세는 아니지만 올해보다 좀 나아지는 U자형의 모양새를 예상한다. 그러나 내년 이후의 전망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높은 불확실성으로 전망의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2024년 성장률 전망치가 2023년보다 더 낮다는 점은 유의가 필요하다.
미국경제는 금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경기가 꺾일 것으로 보았다. 무엇보다도 기준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금융불안 등을 이유로 금년 내에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을 하지만 동 연구원은 이러한 전망에 부정적이다. 일부 미국 중소은행의 파산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한편으로는 금리를 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모순적인 정책을 해왔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면서 금융안정도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율은 작년 하반기에 정점을 찍으면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6% 전후의 높은 수준에 있다.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이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주택거래량은 코로나 직후 급락했다가 이후 급증하였고 2022년 상반기까지 높은 거래량이 계속 유지되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거래량이 급락하고 가격지수 또한 하락하고 있다. 대도시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높아지고 이와 관련된 대출의 부실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러 있다. 대출자산 부실화 우려는 신용경색을 야기할 수 있다. 미국의 경기가 꺾일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세계 상품 교역량은 2022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 이후 세계 상품교역량의 추세선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기울기가 확연히 낮아졌다. 상품교역량의 회복세가 그만큼 약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 이후 증가세 자체가 꺾이면서 세계경제 회복세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우리나라의 대세계 상품수출액 증가율은 상반기 거의 20%에 가까웠으나 하반기에는 마이너스로 반전되었다. 한국의 대중 상품수출액은 더욱 드라마틱하여 동년 상반기에 10% 가까이 증가하였으나 하반기에는 거의 20% 가까이 감소하였다. 2022년 하반기 대중 상품수출액이 증가한 나라는 중동과 브라질을 제외하면 없다. 그만큼 대중 수출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이 세계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세계경제의 성장세는 금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내년부터 약간의 반등이 예상되나 하방 요인이 많아서 반등의 힘은 미약할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4%로 전망하였다. 이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전망한 일본의 경제성장률과 동일한 수준이다.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어느새 일본과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앉아 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해 준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지는 구조적인 변화가 눈앞에 와 있다. 코로나를 전후하여 급증한 각종의 부채가 한국의 경제회복을 억누르고 있다. 한국은 이미 길고 긴 저성장의 터널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이 지난 30여 년을 지나온 그 어두운 터널을 이제 한국도 통과해야만 하는 숙명을 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매년 세계경제전망을 하면서 느끼는 사실은 과거에 비해 그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 하나만 보더라도 한국은 필연적으로 일본에 비해 더 고통스러운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갈 수도 있다. 과거 일본이 저주라고 여겼던 저물가시대는 오히려 저성장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축복이었는지도 모른다. 과거 일본이 저성장의 원흉이라고 여겼던 근검절약의 소비행태는 부채의 늪을 멀리하게 해준 은인이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과다한 부채의 이중고를 안고 어두운 터널에 들어와 있다. 이를 악물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할 때다.
정성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