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완주군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봉동읍 진달래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구금숙(82), 오영순(82), 최재춘(80) 어르신은 지역에서 유명한 ‘실버카(어르신 보행기) 삼총사’다.
이들 어르신은 진달래학교가 열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이면 어김없이 봉동 여성경로당 앞에 모인다.
각기 사는 마을이 다른 탓에, 이곳에 모여 진달래학교가 열리는 봉동읍행정복지센터로 실버카를 몰며 등교하는 것이다.
봉동 여성경로당에서 행정복지센터는 건강한 성인 걸음으로 10분 거리이지만 실버카 삼총사는 이보다 두 배는 걸린다.
하지만 삼총사는 실버카에 교재를 싣고 등교하는 길이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삼총사는 어릴 때 가난해, 또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배움을 가져본 적이 없다.
배우지 못했다는 마음의 응어리를 안고 살아가던 삼총사에게 진달래학교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행정복지센터에 노인 일자리를 신청하러 왔다가 2층에 성인문해 진달래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했다.
구금숙 어르신은 “어릴 때 제대로 배우지 못해 한글도 못 읽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항상 의기소침해져 있었다”고 회고 했다.
구 어르신은 “등하교 하면서 운동도 되고, 가면 여러 사람이 반겨줘서 즐거워. 우울증이 오려고 하다가 말았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오영순 어르신은 “어릴 때 여자는 밥하고 빨래만 하면서 사는 건 줄 알았지. 세월이 흘러 배우지 못한 것이 이렇게 한으로 남을 줄 몰랐어”라면서도 “진달래학교 가는 전날부터 설레. 내가 사람답게 사는 것 같아 행복하고 즐거워”라며 소감을 전했다.
삼총사 중 막내인 최재춘 할머니의 사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릴 때 아버지가 “여자는 배우지 않아 된다”며 학교를 보내주지 않았고, 그게 운명이라며 받아들였다. 하지만 진달래학교를 다니면서 새로운 삶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최 어르신은 “내 이름 석 자를 직접 써봤는데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며 “삼총사 언니들과 계속해서 열심히 행복하게 다니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한편, 완주군은 2023년 현재 읍면사무소, 경로당 등에서 ‘진달래 학교’라는 이름으로 26개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180여명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6명 이상 학습자만 있으면 언제 어디든지 찾아가는 교실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