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약 0.4% 줄어든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3분기 감소세로 전환된 이후 올 1분기에만 40% 감소하며 최근 경기둔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올 4월까지 전체 무역적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도 구조화되면서 적자폭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 향상으로 우리나라와 유지했던 수직 분업화 구조가 깨지면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구조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산업연구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을 발표했다.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소비 위축 등으로 충격이 발생한 해당 분기의 국내총생산이 0.16% 감소하고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재고율 상승 등이 설비투자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다음 분기 국내총생산이 0.2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감소에 따른 경기둔화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반도체산업의 설비 투자 위축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도체 산업의 단기적인 수출 부진이 관련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의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무역적자 규모가 늘고 있는 대중 교역 관계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중국 정부의 공급망 내재화 정책과 최근 반도체 제품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중국의 대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입이 크게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올 들어 4월까지 대중 무역수지 적자는 100억 달러 규모로 같은 기간 전체 무역수지 적자의 40% 수준에 육박했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컴퓨터, 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IT 품목의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반면 대중 수입은 4월까지 1.2% 늘었다. 리튬이온 배터리(105.9%),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477.1%), 스마트폰(102.9%) 등 이차전지와 IT 품목을 중심으로 증가세다. 여기에 리튬배터리의 대중 수입의존도가 약 95% 수준까지 상승했고 1차 산품인 희토류도 높은 의존도로 중국의 가격 변동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연구원은 대중국 수출 감소와 수입 증가 품목을 종합한 결과 IT를 포함한 고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의 중간재 내재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산 중간재의 질적 향상이 충분히 이뤄질 경우, 거래비용을 고려할 때 중국산의 경쟁력이 우리를 앞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대 50% 내외였으나, 올 들어 비중과 증가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올 4월 가공무역 비중은 37% 수준까지 줄었다.
연구원은 대중 무역적자 구조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더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교역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생산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중국 외 국가를 통한 분업 관계를 형성하는 등 공급망 다각화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높아진 임금 수준 역시 대중국 수직 분업화 전략의 약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편중되고 획일적인 공급망 체계에서 벗어나 안정된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다양한 국가를 이용한 공급망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