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4%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교역량 둔화로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금리 인상 영향으로 소비와 투자가 둔화하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또한 올해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의 수출 증가세에도 무역수지는 353억 달러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불황이 지속되고 대(對)중국 수출 감소 등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삐그덕거리는 수출·내수에...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0.5%p↓
산업연구원은 30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4%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성장률은 각각 1.0%, 1.7% 수준일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올해 경제성장률이 1.9%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 부진, 글로벌 경기 위축 등으로 수출 감소세가 확대하고 있다며 전망치를 1.4%로 낮췄다. 전망치 하향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교역량 둔화로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와 투자 둔화 등 내수 위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변수도 있다. 대내외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진정 여부와 주요국들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 부문의 불확실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가 간 대립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다. 특히 산업연구원은 대내적으로는 지난달까지 14개월째 계속되는 무역수지 적자가 얼마나 지속할지와 소비 개선세 지속 여부, 반도체 산업 회복 시점 등을 추가 변수가 될 것으로 봤다.
올해 국제유가는 70달러대 후반, 원·달러 환율은 1280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국제유가는 선진국의 경기 둔화와 중국의 경기 회복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원유 수요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산유국의 감산 조치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미 연준의 금리 동결, 금융시장 리스크 해소 등 달러화 약세 요인과 수출 부진 완화 등 원화 강세 요인으로 상반기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적자 353억 달러 예상...반도체 불황·대중 수출 감소
무역수지는 올해 연간 353억 달러 규모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한해 수출은 지난해에 견줘 9.1% 줄어든 6216억 달러, 수입은 10.2% 감소한 6569억 달러로 전망됐다. 수출은 전기차와 이차전지 등의 증가세에도 글로벌 수요 둔화, 반도체 불황 지속, 대(對)중국 수출 감소 등이 올해 우리나라 수출 지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다. 수입은 국제유가와 수입 중간재 등 주요 수입재 가격 하락 영향과 환율 등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연구원은 앞서 정부가 올 8~9월쯤에는 월별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말을 아꼈다. 홍 실장은 "예상보다 (흑자 전환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며 "언제 반도체 경기가 회복하고 제조업 수출이 회복세로 돌아설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13대 주력산업 수출은 조선(50.8%), 철강(3.8%), 이차전지(9.2%), 바이오헬스(3.6%)를 제외한 대다수 산업에서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년 동기(-3.2%)보다 감소 폭이 확대된 -4.3%가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는 하반기에도 부진이 예상된다. 다만 연구원은 최근 월별 반도체 수출 실적이 최저점을 지나고 있고, 고부가 제품 확산과 글로벌 데이터 센터의 설비 교체, 신규 수요 확대로 상반기(-35.1%) 대비 호전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