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터계는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에 관심을 쏟고 있다. 아티스트를 꼭 닮은 아바타를 이용해 새 콘텐츠를 내놓는가 하면 원어민에 가깝게 발음을 교정해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가요계는 일찍이 AI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거듭해 왔다. 2000년대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을 시작으로 버추얼 가수와 아이돌이 등장했고 아티스트를 꼭 닮은 아바타를 통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실제 보컬의 목소리와 댄서들의 모션 캡처를 통해 탄탄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다. 넷마블에프앤씨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합동으로 제작한 4인조 가상 걸그룹 메이브는 '판도라'로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했으며 국내 최초 버추얼 보이그룹 레볼루션도 데뷔곡 '기다릴게'를 통해 지상파에서 데뷔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 걸그룹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도 인기였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5인조 걸그룹 피버스는 데뷔곡 '초'로 활동했다.
기존 가수들의 목소리를 이용하거나 새로운 음성을 탄생시키는 버추얼 아티스트 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특히 화제를 모았던 건 1990년대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고 서지원, 김현식, 신해철 등의 음성을 토대로 목소리를 복원해 신곡을 발표한 일이었다. 그중 고 서지원의 목소리를 복원해 발표한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는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당시 고 서지원의 목소리를 복원해 신보를 내놓았던 옴니뮤직은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약 1년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곡을 완성했다. 목소리를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내기 위해 옴니뮤직이 보유한 서지원 음성 파일을 총동원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세븐틴·르세라핌·뉴진스 등 글로벌 아티스트가 소속된 하이브도 AI 기술력과 K팝을 접목하고자 시도 중이다.
지난 5월 15일 빅히트뮤직과 하이브IM은 AI 기술력으로 탄생한 가수 미드낫을 소개했다. 미드낫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미국 빌보드 매거진 커버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일명 '프로젝트 L'의 주인공이다. 베테랑 가수 이현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빅히트뮤직과 하이브 IM은 기술력을 통해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계 없이 구현해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IM 정우용 대표는 "하이브의 본질은 음악과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풍성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팬들이 음악으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끔 만드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민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뮤지션의 상상을 확장하는 게 목적이다. 음악을 통해 발신하는 데 제한이 없어진다면 아티스트에게도 팬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빅히트뮤직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한다는 아티스트가 있다고 했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음악을 함께 구체화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미드낫은 이현의 음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수다.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을 통해 여성 보이스를 제작, 음원 중간에 삽입하며 듀엣을 이루기도 한다. 아티스트의 원천 보이스에 기반해 프로젝트의 사운드 및 비주얼에 최적화된 여성 보이스를 디자인한 방식이며 "기술을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 음악적 표현을 다양한 범주로 확장하고 팬들에게 선사하고픈 경험을 한층 고도화하겠다"는 포부다.
또 인공지능(AI) 오디오 기업인 수퍼톤의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을 활용해 '마스커레이드' 음원을 글로벌 최초로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6개 언어로 동시 발매가 가능하여지도록 했다. 아티스트가 외국어로 가창한 발음을 교정해 자연스러운 발음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양한 언어권에서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정우용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과 엔터의 만남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음악 표현을 넓게 할 수 있다는 거다. 엔터와 기술의 만남이 아티스트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 중"이라고 거들었다.
신영재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가 음악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는 음악과 콘텐츠에 담아내고자 한 메시지를 상상력의 한계 없이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서포트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팬분들이 더욱 몰입감 있게 음악과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이러한 선순환은 궁극적으로 음악과 콘텐츠의 더 나은 발전을 이끌고, 케이팝 산업의 영향력 확대와 함께 음악 산업의 진화에 연결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터 업계는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기술력과 접목하면서도 팬들에게 호응을 얻으니 신기하기도 하다. AI가 대중화된 가요계 풍경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이 흥미롭다. 언어 등의 한계를 넘어 해외 팬들과 가깝게 소통할 수도 있고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더욱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창작물을 내놓고는 하는데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학습 데이터 등이 이뤄지기도 한다. AI 기술력은 날로 진보하는데 이를 책임질 법안은 마땅치 않아 보여서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로 인해 대형 플랫폼이나 AI 툴에 갇히는 건 아닐지 우려하는 반응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