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 "독립리서치 신뢰성이 관건…당국이 나서야"

2023-05-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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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장수영 기자]



최근 주식 투자자가 늘면서 '할 말은 하는' 리포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장밋빛 전망만 내놓는 증권사들도 이례적으로 투자의견을 줄줄이 하향하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추세다. 독립리서치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기존 증권사들은 망설이는 '매도' 의견을 적극 내놓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증권사 관심 밖 스몰캡…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 위주로 분석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이사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에서 독립리서치 대표로 변신하면서다. 

이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증권사 공채로 입사해 지점에서 근무했는데 중소형 종목을 좋아했었다. 어느 날 기업에 탐방을 가고 싶어서 전화했더니 애널리스트를 데려오면 받아주겠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내가 독립리서치를 만들어서 탐방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2년 전부터 시작을 했다"고 말했다.

밸류파인더는 2021년 설립된 독립리서치다. 독립리서치는 증권사나 기관에 소속되지 않아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 인구가 급증하면서 객관적인 보고서에 대한 니즈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독립리서치를 '기업·소비자거래(B2C)'라고 소개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주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면 중소형주에 대한 정보를 개인투자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다보니 일각에선 법인영업의 지원부서로 전락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독립리서치는 눈치를 안 봐도 되는 게 장점"이라며 "증권사는 기관투자자에 맞추다 보니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에 대해 분석할 이유가 많이 사라졌고, 리서치센터가 다루는 스몰캡의 범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저희는 시총 5000억원 미만의 기업에 IR 담당자를 통해 콘퍼런스 콜을 참석하거나 기업 탐방을 가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보고서를 내고 이를 에프앤가이드 등에 매주 하나씩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파인더는 스몰캡에 집중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시가총액 5000억원보다 낮은 종목들이다. 증권사들도 일부 중소형주를 다루고 있지만 이보다도 더 작고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가 분석 보고서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업들이다.

증권사는 주로 자산운용사 등 기관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보니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하는 중소형 종목 분석 보고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해 개인이 충분한 정보를 얻기엔 한계가 있다.
 
'왜 떨어졌는지' 하락 종목 분석하고…생존 위해 다양한 수익화 시도

밸류파인더는 업계 최초로 하락 종목에 대한 사후 보고서도 발간했다. 밸류파인더가 낸 보고서 중 시장 하락률보다 더 많이 떨어진 종목을 다룬 것이다. 회사는 지난해 '밸류파인더의 하락종목 A/S' 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부터 총 10개의 기업을 분석했다.

이 대표는 "독립리서치업계에서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많이 하고 싶었다"며 "'오르는 종목만 얘기하고 내려가는 종목은 입을 닫는다'는 그동안 리서치 업무가 고질적으로 비판 받아왔던 부분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이 아니라 개인을 위해서 보고서를 제공하는 것이다보니 하락을 했으면 그 기업에 왜 하락했는지 확인해서 전달하는 게 독립리서치가 해야되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을 했다"며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 에프앤가이드 실시간 검색어에서 가장 많이 검색됐었다. '관심은 있으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S리포트를 낼 때도 쉽지는 않았다"며 "하락했다고 보고서를 쓰는 것은 기업엔 '주가가 많이 빠졌다, 안 좋은 이유가 있나 보다' 같은 낙인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거절한 곳도 있었다. 다만 IR 담당자들과 관계를 잘 유지한 곳들이 있어서 리포트를 낼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시도는 좋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10년 전에도 독립리서치가 있었지만 수익화에 실패하면서 사라진 곳도 적지 않다. 여전히 업계가 성장하지 못하고 '아웃사이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에 수익화를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빅데이터 서비스인 '밸류GPT'를 선보이기도 했다. 밸류GPT는 10만개의 증권사 보고서를 토대로 4가지 변수(영향력·추진력·리스크 헤지·유지력)를 통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영향력을 수치화한 서비스다. 

이 4가지 변수를 평균화하고 순위화해 매일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최대 2개씩 구독자에게 제공한다. 리스크 헤지 변수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1년 단위로 데이터를 최신화해 시장 흐름을 반영한다. 시초가로 매수하는 투자전략과 손절라인도 함께 제시한다.

이 대표는 "밸류GPT 서비스는 출시 이틀 만에 마감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탐방 노트, 구독 서비스 외에도 투자자들의 니즈가 다양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밸류파인더는 '밸류멤버스' 구독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매월 8~10곳의 스몰캡 기업 탐방 후 익일 퀵 탐방노트 제공, 커버종목 이슈 코멘트 및 국내외 시황 및 종목자료 등을 제공한다.
 
독립리서치는 '신뢰도' 제고가 관건…자체 노력은 물론 당국 관심도 중요

그는 독립리서치의 수명이 길어지기 위해선 수익성과 신뢰성 제고가 가장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독립리서치는 자본시장법상 유사투자자문업자로 분류돼 있다. 주식 리딩방으로 오해 받기도 한다. 어떤 사업자 쪽에도 속하지 않다보니 관심과 규제에서 모두 소외돼 있다.

이 대표는 "신뢰성에서 차별화를 두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나중에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커질 것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파인더는 지난해 9월 독립리서치 최초로 증권사와 기업분석 보고서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재 KB증권 프라임클럽에 보고서를 제공 중이다.

이 대표는 "독립리서치가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분류돼 있는데 유사투자자문업 회사가 증권사와 계약을 맺은 경우가 처음이었으니 독립리서치에 대한 신뢰성이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타 증권사와 협업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독립리서치 입장에서도 유료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증권사 입장에서도 인력을 증원하지 않고도 필요한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의견이다.

이와 함께 개인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리서치에서는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가 가장 큰 문제기 때문에 독립리서치 시장이 커진다면 추후 컴플라이언스 이슈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이에 대비해 미리 자체적으로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만들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도 잘 못 믿는데 독립리서치도 쉽게 믿기 어려울 수 있다. 미리 직원들이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홈페이지를 들어가도 직원들의 인적사항이 얼굴 빼고 다 있다"며 "어떤 사람이 보고서를 냈는지, 그 이름이 진짜 그 사람인지, 그 사람의 이력이 확실한지 모르지 않나. 저희는 그런 정보들을 다 공개한다. 투명한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금융당국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계약을 맺을 때 KB증권 측의 가장 큰 고민은 딱 하나였다"며 "콘텐츠가 좋은 건 알겠지만 과연 믿을 만한가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설득에 반년 가까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뢰도 제고는 금융당국에서도 어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도 매수 일색인 증권사 보고서에 대항할 수 있는 독립리서치 회사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독립리서치 회사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알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3월 국내 증권사들의 리서치 객관성과 신뢰성 문제를 지적하고 독립리서치를 추진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해외에서는 독립리서치 기관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가 많다. 캐나다의 BCA리서치, 영국의 TS롬바르드 등이다. 해외에서는 다수의 독립리서치가 모인 협회가 있을 정도로 시장이 큰 상황이다.

이 대표는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게 니즈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제도권 들어가서 당국이 너무 규제만 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보다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당근과 채찍이 함께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통해서 지원해 줄 수 있는 것을 고려해 보면 좋겠다"며 "당국에서 펀드를 통해 지분투자를 해서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 운용사가 독립리서치를 활용하는 데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이사는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이사 약력
▷밸류파인더 대표이사, 수석연구원 ▷前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P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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