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매수 위주인 증권사 리포트에 대해 투자자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독립리서치(IRP·Independent Research Provider)사를 키우겠다고 나섰지만 반년째 감감무소식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독립리서치사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반년째 진척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사이 제도권 편입을 꿈꾸던 독립리서치사들은 '주식 리딩방' 취급을 받으며 어려움을 견디고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직접 주식을 사고팔면서 리서치센터를 통해 매수 권유 위주 리포트를 내고 있어 신뢰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독립리서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달리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리서치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리서치센터는 증권사 법인영업을 지원하는 부서로 자리 잡으면서 독립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업금융(IB) 부문 고객인 기업과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부정적 투자의견을 내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내외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소집해 리서치 관행 개선 의견을 수렴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 31곳이 발간한 리포트 가운데 매수 의견이 담긴 비중은 평균 92%에 달한다. 시장에서 사실상 매도로 받아들이는 중립은 평균 7.9%였다. 매도 의견을 낸 비중은 신영증권(1.4%)이 가장 높았다.
독립리서치는 이 같은 이해상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해외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립리서치에 대한 요구가 늘었다. 국내에선 지난해 금융감독원도 제도 추진 의지를 밝힌 뒤 7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만난 자리에선 애널리스트 성과 평가 기준 확립, 플랫폼 유료화, 독립리서치 제도화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감독당국과 금융투자업계가 제도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보니 이대로 제도 추진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주요 관심사에서 밀려 있던 독립리서치가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다시 가라앉는 분위기에 영업 의지도 꺾이고 있다. 독립리서치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점도 제도화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수개월째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금감원은 "아직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말까지 리서치 업무 관행 개선과 독립리서치 제도 추진 관련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며 "현재는 TF 운영 시 나왔던 내용을 토대로 제도 추진에 대한 결과물을 준비를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