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진격의 위안화 .. 흔들리는 글로벌 통화 패권

2023-05-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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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위안화夢 (上)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달러패권에 대한 위안화의 도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美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위안화의 주변화(周邊化)와 지역화(地域化)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서방의 금융제재로 외환거래가 막힌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위안화를 받아들이면서 그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의 위안화 거래량이 약 1조4800억 루블(약 25조1000억원)로 위안화 비중이 달러 대비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러시아 재무부는 달러를 배제하고 위안화 자산투자 지분한도를 기존 30%에서 60%로 늘렸고, 러시아산 천연가스∙석유 등 에너지 결제통화의 위안화 비중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핫머니가 미국으로 옮겨가면서 강달러 현상이 위안화 국제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강달러가 수출주도형 개도국∙신흥국과 중동국가의 통화가치 하락과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대규모 무역수지가 발생하면서 달러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위안화를 대체통화로 선호하는 국가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면 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신흥국과 개도국이 떠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남미의 경제대국인 브라질이 위안화 사용을 공식화하면서 그 영향력은 더 커져가고 있다. 지난 4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맞춰 양국은 기존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룰라 대통령은 “왜 모든 국가는 달러를 기반으로 무역을 해야 합니까?”라고 언급하며, 향후 위안화 결제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르헨티나도 중국과의 교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강달러 약페소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줄어들면서 위안화를 대체통화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위안화가 향후 10년 내 달러, 유로와 함께 글로벌 3대 결제통화가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2022년 기준 중국 위안화 결제액은 42조 위안(약 8056조원)으로 2017년보다 3.4배 증가하면서, 위안화는 현재 세계에서 5번째(달러∙유로화∙엔화∙파운드∙위안화) 지불통화, 3번째로 큰 무역금융통화로 자리매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2.7%로 달러(58%), 유로화(20%) 대비 큰 격차를 보이지만 달러비중 축소, 위안화 비중의 점진적 확대 현상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위안화를 활용한 첫 액화천연가스(LNG) 거래가 프랑스와 성사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가 더욱 힘을 얻는 모양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가 아랍에미리트(UAE)산 LNG 6만5000톤을 프랑스 토탈에너지를 통해 수입하면서 위안화로 결제했다. LNG는 달러로 거래되는 게 일반적인데 위안화 결제가 처음 진행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위안화는 1단계 주변화, 2단계 지역화를 확대하며 3단계 국제화를 위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아세안 및 러시아 중심의 1단계 주변화와 함께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 다자 외교협의체(브릭스, 상하이 협력기구, 걸프그룹 등)을 통해 위안화 지역화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중국의 대외결제에 사용된 위안화 규모가 5499억 달러로 위안화 비중이 48.4%로 처음으로 달러(46.7%)를 추월하며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중국의 야심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미국발 금웅위기를 계기로 달러 중심의 글로벌 금융패권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가 일어나자 중국은 그 틈을 이용해 위안화 국제화 목표를 세웠다. 2009년부터 한국∙말레시아∙벨라루스∙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등 여러 국가들과 위안화 무역결제 확대를 위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집권과 함께 위안화 국제화의 전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15년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 국제화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위안화국제화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또한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기 위한 국경간 위안화지급시스템(CIPS)을 2015년에 설립했고, 2016년 3월에는 아시아 최초의 중국인민은행 산하 금융교육센터와 싱가포르 남양이공대학 공동으로 ‘위안화국제화 연구센터’를 베이징에 설립하며 체계적인 정책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2016년 10월 1일 위안화가 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정식 편입되면서 위안화 국제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SDR은 국제준비자산으로 회원국이 경제위기에 빠졌을 때 담보 없이 주요 통화로 인출할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따라서 위안화의 SDR 통화 바스켓 편입은 달러, 유로화와 함께 글로벌 기축통화로서 그만큼 위안화의 위상이 올라갔고, 점차 확대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당시 위안화의 편입비율은 10.92%로 미국 달러화(41.73%)와 유로화(30.93%)에 이어 세 번째로 엔화(8.33%)와 파운드(8.09%)보다 큰 규모였다. 2022년 5월 IMF는 위안화 비중을 기존의 10.92%에서 12.3%로 상향 조정하며 영향력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2018년 4월 시 주석의 금융시장 확대방침 이후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에 더욱 올인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중국은행의 역외 위안화 대출업무 개시, 국경간 전자상거래의 효율적인 위안화 결제서비스 제공 등 관련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중국인민은행은 약 30개 국가 및 지역에 31개 은행을 위안화 청산결제은행으로 지정하고 위안화 결제대금의 청산업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에 따라, CIPS 결제 규모와 참여기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CIPS를 활용한 위안화 결제건수가 440만 건이 넘어 전년대비 31.7% 증가했고, 결제금액은 96조7000억 위안(약 1경8549조원)으로 전년대비 21.5% 증가했다. 일일평균 1만7700건의 약 3884억 위안(약 74조5000억원)이 거래되는 셈이다. 2022년 기준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의 1만1000여 개 글로벌 금융기관 참여 대비, CIPS는 약 180개 국가 1400여 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어 아직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CIPS에 참여하는 기관들의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작년 한 해만 100여 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이 CIPS에 동참했다. 지난 2월 중국-프랑스 정상통화에서 프랑스 은행이 CIPS 사용 확대에 합의하면서 향후 다른 유럽계 은행들의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단시일 내 위안화가 달러나 유로화를 대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위안화 국제화의 대장정은 지속될 것이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자국우선주의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통화권력의 단층구조도 점차 분열되고 있다. 위안화는 그 틈을 지속적으로 파고들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칭화대 박사 △前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 경제통상전문관과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 △미국 듀크대학교 방문학자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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