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올인원·고음질·고화질 등을 갖춘 차세대 IPTV 셋톱박스를 공개하며 프리미엄(고급) 유료방송 전략을 본격화한다.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세가 1% 미만으로 떨어진 위기를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을 확대함으로써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KT는 서울 동대문구 노보텔앰배서더에서 KT그룹 미디어데이를 개최하고 4K 등 고품질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지니TV 올인원 셋톱박스(STB)'를 공개했다.
STB는 IPTV 셋톱박스와 무선인터넷 공유기, 사운드바 등을 하나로 통합한 '올인원(통합)'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국내 IPTV 셋톱박스 가운데 처음으로 HDR 기술의 양대산맥인 '돌비비전'과 'HDR10+'를 동시에 지원함으로써 OLED TV의 풍부한 화질 성능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TV 브랜드와 OTT 별로 지원하는 HDR 기술이 달라 선택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KT가 두 기술을 모두 지원함으로써 고객이 고화질 영상을 제약없이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KT는 STB를 토대로 경쟁사 SK브로드밴드(SKB)가 '애플TV 4K'로 펼치고 있는 프리미엄 IPTV 전략에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IPTV, OTT, VOD 등 모든 유료방송을 뛰어난 화질로 감상하려는 고객은 그동안 SKB 애플TV 4K 상품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나, 이번에 KT가 STB를 출시함으로써 선택 폭이 크게 넓어졌다. 애플TV 4K는 사운드바 등을 따로 구매해야 해서 지출이 크지만 STB는 사운드바까지 함께 제공하는 올인원으로 프리미엄 시청 환경(홈시어터)을 원하는 고객이 초기 투자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는 게 KT 관계자의 자신감이다.
KT 미디어 사업을 총괄하는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은 "국내 유료방송 시장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만큼 STB 등 프리미엄 셋톱박스를 통해 ARPU를 확대하고 매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TB 발매를 위한 초기 아이디어도 강 부문장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1년여간 연구·개발을 거쳐 세상에 선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날 공개한 '2022년 하반기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전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0.67%(24만 회선) 증가했다. 2015년 가입자 수 집계를 시작한 후 증가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전 증가폭(52만 회선)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미디어 업계에선 유료방송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강 부문장은 "국내 유료방송 서비스는 이용료가 낮기 때문에 OTT로 인한 코드커팅은 거의 없다. (유료방송 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통계학적인 인구 감소다. 세대주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 유료방송의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TB 임대료는 3년 약정 기준 월 8800원으로 정해졌다. 오는 10월까지 에센스 이상 요금제를 택한 신규 가입자는 반값(월 4400원)에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