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한도 협상을 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의 2차 회동이 공회전으로 끝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매카시 의장은 회동에서 긍정적인 면도 확인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날 의사를 드러냈다.
매카시 의장은 "우리는 미국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의회 지도부와 생산적인 회의를 끝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주말까지 합의를 이루는 것은 가능하다.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불과 몇시간 전에 슬픔에 잠겨있던 (회의 참가자들의)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희망과는 별개로 양측은 이날 합의에서 양 측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매카시 의장은 지출 삭감에 대한 논의를 좁히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공화당은 향후 10년에 걸쳐 국내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재정지출을 대규모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백악관은 감축 기간 2년, 감축폭도 완만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측 참모급 회담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주제로 흐르고 있다며 합의 가능성을 전했다. 이 중에는 사용하지 않은 코로나19 자금 회수, 에너지 프로젝트 허가 절차 가속화, 지출 한도 제한 등이 있다.
이번 회담은 재무부의 특별조치예산을 다 사용하는 'X-데이트'가 가까워오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앞서 전날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은 빠르면 6월 1일께 디폴트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디폴트는 미국 금융 시스템이 구축한 시스템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마진 콜 등으로 인한 패닉으로 세계 금융 시장이 붕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원과 하원 모두 메모리얼데이로 22~29일 휴회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이번 주가 협상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
백악관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7개국(G7) 순방 일정을 축소하고 일부 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1일 G7 정상회담이 끝난 후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아침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통화해 호주 방문을 연기하겠다고 알렸다. 또 파푸아뉴기니 측에도 방문 취소를 알렸다"고 덧붙였다.
X-데이트가 임박해오면서 월가에도 우려가 퍼졌다. 제인 프레이저 시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부채 한도에 대한 이번 논쟁은 며칠 전 논쟁보다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는 "은행은 매주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대책도 고려하고 있다. 중앙예탁결제원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X-데이트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국채 시장이 마비되고 이에 따른 효과가 파생상품시장 및 모기지시장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단기 자금 조달시장도 얼어붙는 등 자금시장이 경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