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투자자들이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42) 등을 곧 고소한다. 법조계에서는 투자자들이 주가조작 세력에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전에 시세조종 가능성 등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대건은 9일 오후 투자자 60여 명을 대리해 라 대표와 투자자 모집을 주도한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33) 등 3명, 주식 매매 내역을 보고받고 지시한 장모씨(36), 수익금 정산 등 자금 관리를 담당한 김모씨 등 6명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피해액은 약 1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락 사태는 지난달 24일 다우데이타,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서울가스, 세방 등 8개 종목 주가가 갑작스럽게 급락한 것이 발단이었다. 나흘간 폭락하면서 8개 종목 시가총액이 약 8조2000억원 증발했다.
서울남부지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라 대표와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주변 인물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라 대표 등이 투자자 명의 휴대전화로 주식을 사고팔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통정거래를 통해 시세를 조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라 대표 측은 "A회장 등 유명인도 참여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한 뒤 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1인당 적게는 500만원부터 많게는 100억원 이상까지 투자금을 받았다. 라 대표 측은 투자자들이 준 개인정보와 휴대전화로 각 증권사 계좌를 만들고 일종의 '빚투(빚내서 투자)' 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불렸다. 먼저 돈을 맡긴 투자자에게는 정산해주고 이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다단계 방식이 활용됐다.
이런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의심되는 문제의 8개 종목이 CFD의 반대매매 등에 따라 폭락하면서 라 대표에게 투자한 이들은 본전은커녕 억대 손실을 입은 것이다. 라 대표 등은 투자 수익금 일부를 골프아카데미와 헬스장‧식당‧온라인 매체 등을 통해 수수료 명목으로 넘겨받아 돈세탁을 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법조계에서는 투자자들이 라 대표 측의 시세조종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주가조작 세력이 애초 투자금을 정상적으로 운용할 의도 없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 투자금을 받았다"며 "휴대전화를 받자마자 피해자들 모르게 레버리지 대출을 받고 미수금을 당겨 사기‧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라 대표 측은 투자자들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로 거래를 한 것은 맞지만 통정거래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수사당국은 서울 잠실 롯데타워 시그니엘에 있는 라 대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서는 한편 투자자들을 차례로 불러 투자자들이 시세조종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과 별개로 법무법인 이강은 지난 1일 피해자 10여 명을 대리해 주가조작 일당을 고소했다. 이들은 주가조작 세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조세,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