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이목이 쏠리는 한·미 정상회담 도중에도 세일즈를 펼쳤다.
윤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국빈만찬 참석을 앞두고 잠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다. 대통령실은 머스크 CEO의 요청에 따라 시간을 특별히 배려해 접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접견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이 최고 수준의 제조 로봇과 고급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테슬라사가 기가팩토리(전기차 생산 시설)를 운영하는 데 최고의 효율성을 거둘 수 있는 국가”라며 거듭 투자를 요청했다.
이어 “테슬라사가 (한국) 투자를 결정한다며 입지·인력·세제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런 내용을 담아 특별히 제작한 ‘차기 기가팩토리를 위한 한국’(Korea for the Next Gigafactory)이라는 제목의 브로슈어를 머스크 CEO에게 직접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차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도 원전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폴란드 대통령에게 우리 원전의 우수성과 안전성 관련 홍보 브로슈어를 직접 선물하기도 했다.
브로슈어를 받아든 머스크 CEO는 “한국은 기가팩토리 투자지로서 매우 흥미롭고 여전히 최우선 후보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평소 관심이 지대한 우주 분야와 관련 머스크가 주도하는 기업 ‘스페이스X’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스페이스X와 협력이 더 확대되길 바란다”며 “새로운 혁신과 도전의 길에 한국 기업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 들어 의욕적인 원자력 에너지 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한·미 양국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한·미 정상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의 중요한 요소로서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재원 조달 수단을 활용하고, 원전 발주국의 역량을 강화하며 보다 회복력 있는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세계적인 민간 원자력의 책임있는 개발과 배치를 증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한 청정 전력 비중을 현저히 확대한다”고 이번 성명에 담아, 한·미 양국 모두 자국 내 원전시장을 키워나가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이에 한·미 양국이 외교·안보 중심의 한·미동맹을 원전 분야를 포함한 ‘첨단 기술 동맹’으로 격상시킨 가운데 향후 국제 원전 시장에서 차세대 에너지 공급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한·미 기업 간 협력도 빨라질 전망이다. 원전 설계 기술에서 강점을 가진 미국과 원전 건설·운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세계 SMR 시장 진출에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어, 향후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한 상하원 의회 연설에서도 미래 경제 동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IRA·반도체법 대응과 관련해 뚜렷한 해법을 도출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 입법기관인 상하원 의회에 등장한 윤 대통령의 존재감이 상당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기점으로 향후 양국 정부가 공급망과 반도체 관련 실질적인 상호협력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전날 오후 순방기자단 브리핑에서 “IRA의 경우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양이 아주 미미하고, 현대차의 경우 내년 하반기 정도에 (미국 내) 공장이 완공되기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서는 훨씬 더 세액공제 대상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 “반도체법은 가드레일 조항의 경우 상당 부분 우리 기업의 부담이 해소가 됐고, 지급 세부조건(노포, NOFO)과 관련해서도 미국 상무부가 이행 과정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의향을 이미 표명했다”며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의 경우 (유예기간인) 오는 10월이 가기 전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에서의 역할이라든지 기업들에 대한 장비 공급 차질이 없도록 (미측과)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