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빈 방문] 현대차그룹, 美 나홀로 보조금 미지급···전기차 명운건 IRA 현지화 돌파구 모색

2023-04-2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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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워싱턴 비즈니스 테이블서

조지아주 공장 조기 건설 美 협조 집중

美배터리 합작사 등 공급망 수직화 모색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향후 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입지를 좌우할 IRA 묘책을 마련해올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전기차의 3분의 2가량이 약 900만원의 보조금을 받지 못한 채 치킨게임에 뛰어들게 된 가운데 당장 내년부터 현지에서 생산될 모델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IRA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 회장은 배터리사와 공급망 구축에 주력할 것을 강조하는 한편 세부 규정 적용 유연화와 공장 조기 건설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투자신고식 및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 전용 공장 조기 건설에 대한 미국 측의 협조를 받아내고 현지 배터리 공장 구축 계획을 알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당초 IRA 세부지침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캐나다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짓기로 하면서 4일 만에 지급 대상에 다시 포함됐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며 경쟁력에 위협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 ID.4가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전환되면서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경쟁을 펼치고 있는 테슬라, 포드, 현대차그룹, 쉐보레, 폭스바겐 등 톱5 브랜드 가운데 홀로 IRA에 따른 구매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보조금을 받은 ID.4와 테슬라 모델Y, 모델3는 올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톱5 안에 든 모델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나 기아의 EV6의 경쟁 차량이다. 특히 테슬라는 가격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을 예고해 타개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리스·렌트 차량 판매 확대와 조지아 공장 조기 건립, 배터리 공급망 구축 등이다. 현대차그룹이 IRA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리스 물량 확대 전략은 오히려 수익성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회사는 전기차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리스의 판매 비중을 현재 5%에서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리스사가 현대차의 차량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급받는 구조다. 2~3년의 계약기간이 끝난 차량은 중고차 시장에 매각되는데 밀어낸 물량만큼 중고차 가치는 떨어질 수 있다. 중고차의 잔존가치 하락은 다음 신차 출시 때 가격 인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리스 비중 확대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결국 조지아 공장 조기 건립과 배터리사와의 현지 공장 설립 등이 최선의 대안책으로 떠오른다. GM과 포드, 테슬라 등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배터리 합작사(JV)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광물의 직접 조달을 통해 배터리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배터리를 공급받아도 됐던 과거와 달리 밸류체인 전 단계에서 직접 구매·확보한 뒤 이를 파트너사에 배분하는 방식을 취해 안정화된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테슬라와 폭스바겐은 배터리 직접 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와 유럽에서 배터리 JV 설립 계획을 밝힌 바 있으나 합작 비율이나 운영 계획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여전히 논의 중이다. 미국은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중국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상태다. 

배터리 공장은 전기차 공장 건설보다 최소 1년 이상이 더 소요되는 만큼 연내 배터리 공급처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IRA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또 내년 기아의 첫 번째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을 시작으로 아이오닉7, 아이오닉5, EV6 등 모델들의 현지 생산이 줄줄이 이어지는 만큼 이번 방미를 통한 IRA 해법 모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아울러 정 회장은 경제사절단 일정뿐 아니라 미국 현지 사업과 전기차 시장동향도 직접 살펴볼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공장 준공을 2025년에서 내년 말 정도로는 당겨야 해 그런 점들을 미국 측에 강력히 요청하고 배터리 교체 방안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양재 본사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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