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할 때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해서 다른 방을 찾았는데 너무 비싸서 그냥 살아요."
서울 마포구 대흥동 오피스텔에 사는 변모씨(23)는 지난 2월 울며 겨자 먹기로 재계약을 했다. 집주인 요구로 월세를 지난해보다 5% 올려줘야 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변씨는 "이 동네서 더 살고 싶지만 월세가 부담스러워 이사 가려 한다"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대학가 원룸 월세 1년 전보다 15%↑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이 지난 3월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를 분석한 결과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 평균 월세는 59만6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1만7000원보다 15.14% 올랐다. 이화여대 인근 원룸 평균 월세가 83만5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연세대(69만5000원), 중앙대·한양대(65만5000원), 고려대·서강대(62만원)가 뒤를 이었다.
23일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앞에서 만난 대학생들은 올해 월세 부담이 늘어 자취방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신촌동 원룸에 거주하는 김모씨(22)는 "이화여대 앞 원룸 가격이 크게 올라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은 그냥 넘는다"며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생 박모씨(21)는 "특히 올해 이화여대에 편입해 방을 구하는 친구들이 월세 부담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집주인들 "고물가에 어쩔 수 없는 선택"
인근 공인중개사 윤모씨(63)는 고물가 탓에 원룸과 오피스텔 모두 보증금 1000만원당 월세가 지난해보다 5만~10만원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학부모들은 월세가 부담돼도 대체재가 없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원룸 주인들도 가파른 물가 상승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대현동에서 원룸 9가구를 23년간 운영 중인 강모씨(87)는 올해 처음 월세를 5% 올렸다. 강씨는 "건물이 노후화돼 월세 인상에 고민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지난 2월(4.8%)보다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4%대를 유지하고 있다. 농산물·석유류 등 원자재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올랐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공공요금인 전기·가스·수도요금은 28.4% 올랐다. 2월(28.4%)에 이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물가에 직장인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더해지면서 월세 상승 폭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서울 주요 대학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월세가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스·전기요금 등 월급 빼고 모든 가격이 다 올랐다"며 "대학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여전히 대학가는 전통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곳"이라며 "월세 부담으로 서울 지역 직장인들이 대학가에 몰리다 보니 대학가 오피스텔·원룸 가격이 크게 뛰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