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주택 경매 중지···‘사적 자치 침해’ 우려에도 위법 소지 낮아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경매 일정 중지 방안을 두고 금융기관 등 사적 주체인 채권자의 사적 자치를 자칫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일정 중지 방안'에 대해 재가 결정을 내렸다.
이에 국토부도 지난 19일 관계 회의를 열고 인천 등 전세사기 주택 2479가구 중 은행권과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채권관리회사(NPL) 등에 매각된 건에 대해서도 최대한 경매 절차 진행을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정부가 기일 연기를 유도해 경매 채권자 측에 대해 경매 신청을 늦추거나 진행을 유예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민사 전문 변호사는 “사적 주체인 은행이나 기업이 경매를 통해 채권을 만족하려는 것을 정부 판단으로 반강제로 경매 정지를 유도하는 방법은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기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국토부 대응이 위헌이나 삼권분립 침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경매 당사자에 대해 철회나 유예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법원에 대한 권한 침해로도 보기 힘들다”면서 “정부가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기 위해서는 행정지도 외에 추가적인 법적 근거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세 납부 전 보증금 환수도 추진···형평성 소지에도 법 체계상 가능
정부는 국세에 이어 세입자 전세금을 지방세보다 먼저 변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주택이 경매로 매각될 시 재산세 등 지방세보다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먼저 변제하도록 하는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한다고 이날 밝혔다.
현행 지방세기본법은 주택이 경매·공매 등으로 넘어가면 지방세를 우선 납부한 후 세입자 등 후순위 채권자에게 남는 자금을 돌려주도록 하고 있다. 이를 임차권 확정일자보다 법정기일이 늦게 도래하는 지방세에 대해 우선적으로 세입자 보증금이 먼저 환수되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세 등은 지난해 국세기본법 개정으로 인해 세입자가 국세에 우선해 먼저 전세금을 회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세금 우선징수 원칙상 예외인 특별법인 셈이다.
세무 전문 변호사들은 형평성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특별법 범주로 도입된다면 위헌·위법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박병철 변호사(박병철 법률사무소)는 “민법을 예로 들면 이미 임대차보증금에 한해서는 민사특별법 형태로 세입자에게 변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세금 징수에 대해서도 특별법을 통해 예외적인 조항을 두는 것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다양한 채권·채무 관계에서 왜 임대차 등에만 세금 우선 징수를 제외하는지 향후 형평성을 두고 문제가 제기될 수는 있다”고 언급했다.
경찰, 조직적 전세사기는 ‘범죄단체조직죄’ 적용해 처벌
한편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뿐만 아니라 전세사기범들에 대한 형사 처벌 상한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검찰과 경찰은 조직적 전세사기 범죄는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기존 일반 사기죄보다 더 무거운 형량으로 전세사기 범죄를 의율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는 이날 전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조직적 전세사기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시도 경찰청에서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검찰도 전날 이미 70억원대 전세금을 편취한 조직적 전세사기 범죄자에 대해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