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감염병 공포’가 다시 확산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국내에서 9번째 엠폭스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날 7번째, 8번째 엠폭스 확진자가 나온 지 하루 만이다. 특히 최근 감염자들의 경우 해외 여행력이 없는 확진자로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엠폭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피부 발진이 있는 사람과 오랫동안 접촉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혹은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규모로 유행이 번지진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와 달리 엠폭스는 개인이 주의하면 피할 수 있는 감염병”이라고 했다. 이어 "피부에 발진이 있는 사람과 오랫동안 접촉하지 않고 살짝 스치는 정도로는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의 경우 엠폭스 환자가 단기간에 늘었다. 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감염자가 늘기 시작해 3월 들어 매주 10명 이상씩 발생해 누적 환자는 98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규모의 환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 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면역력이 없어 확진자가 그 순식간에 늘어난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엠폭스 유행이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 교수는 “일본처럼 100명가량 감염자가 나올지는 향후 방역 대응력에 달렸다”면서 “다만 사회적 낙인을 이유로 신고나 감시 체계가 잘 이뤄지지 않아 방역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보다는 더 빈번하게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역당국은 밀접 접촉자에 대한 백신접종 권고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선 회의적인 시각이다.
정재훈 교수는 “의료진 대상 백신 접종은 필요하지만, 일반인의 경우엔 접촉자에 한해 백신 접종을 하면 되는데 이는 법적 의무가 아니다”라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 접촉자가 백신 접종에 동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 역시 “일반인이 백신을 맞는 것은 비용과 위험 효과 측면에서 권장하지 않는다”면서 “확진되면 치료제를 쓰면 되고, 현재로서는 조심하는 것 즉 피부 발진이 있는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