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모피아‧금피아 낙하산

2023-04-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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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출신, '금융사·공공기관' 요직 줄줄이 꿰차…되살아난 모피아

[사진=아주경제 DB]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각 금융사와 공공기관 요직을 줄줄이 꿰차고 있다. 다른 부처 퇴직자들에게 넘겨줬던 자리들을 다시 탈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금감원이 주장하는 감독 방침과 상당히 대치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이 연일 민간 금융사에 ‘경영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자기 밥그릇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정부 마지막을 함께한 재정당국 장차관들도 재빨리 민간기업 사외이사 자리를 꿰차 그야말로 정권을 막론한 ‘모피아(재무부+마피아), 금피아(금융관료+마피아)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조직 내 2인자인 차기 전무 자리에 김은조 전 금감원 회계감사국장을 선임했다. 김 전무 내정자는 이르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김 내정자는 금감원 전신인 증권감독원에 입사해 회계감리와 감사 업무를 주로 맡았던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서 특히 주목도가 높은 점은 금감원이 기획재정부에 내줬던 밥그릇을 다시 찾아왔다는 것이다.
 
오는 6월로 예정된 생명보험협회 차기 전무 자리 역시 금감원 차지가 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를 위해 금감원이 벌써부터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자리는 과거 금감원 텃밭이었다가 금융위원회에 빼앗겼던 요직 중 하나다.
 
금감원 출신 인사들은 올 주총 시즌에 주요 금융사 상임감사 자리도 모두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양현근 전 금감원 원장보(은행담당)를, 하나은행은 민병진 전 금감원 부원장보(기획·경영 담당)를 각각 조직 내 2인자인 상임감사로 선임했다. 저축은행업계에선 웰컴저축(장병용)과 하나저축(장봉희)이 차기 상근감사위원을 모두 금감원 국장 출신으로 채웠다.
 
문제는 이러한 행보가 금감원이 금융사에 들이대는 ‘투명경영’과 대치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은 낙하산 인사 배경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있다고 말한다. 과거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인사 개입 금지’를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이 원장 취임 후 이러한 원칙이 틀어졌다고 본다. 일례로 윤 전 원장 당시 코리안리는 16년 만에 상근감사위원을 금감원 출신이 아닌 내부 임원으로 채운 전례가 있다. 이를 두고 이 원장이 금감원 내부와 민간기업에 요구하는 인사 방향이 서로 상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전 정부 마지막을 함께한 재정당국 장차관들도 재빨리 민간기업행을 택하고 있다. 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오스코텍의 2023년 정기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홍 전 부총리와 함께 기재부를 떠난 이억원 전 기재부 1차관이 지난해 말 삼프로TV 사외이사로 영입된 데 이어, 올 3월엔 패션기업 LF 사외이사를 맡게 됐다. 안도걸 전 기재부 2차관은 박재완 전 사외이사 후임 격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외이사 겸 감시위원 자리에 앉게 됐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사외이사가 기재부 후배인 안 전 차관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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