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내며 독립운동에 헌신한 오산 이강(1878∼1964) 선생이 생전에 쓴 글과 중국인 제자로부터 받은 헌사 등을 엮은 서책이 공개된다.
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임시정부기념관은 지난해 이강 선생의 후손으로부터 입수한 ‘설니홍조’를 임시정부수립기념일인 오는 11일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되는 설니홍조는 이 선생에게 중국인 제자와 지인들이 보낸 헌사를 담은 공책으로서 총 2권이다.
이 선생은 1944년 취안저우를 떠나며 작성한 설니홍조 1권 머리말을 통해 그간 중국에서 전개한 독립운동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제자·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그 기억을 평생 잊지 않으려는 생각에서 기념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선생과 제자 73명의 글이 담겨 있는 설니홍조 1권은 선생이 1947년 대만에서 국내로 귀국하기 전까지 중국 체류 시기에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선생의 중국인 제자 리이는 이 책에 “굳은 의지와 고된 투쟁 속에 인생은 얼마나 위대한가. 오산 선생님, 당신을 깊이 존경합니다”라고 썼다.
설니홍조 2권은 이 선생이 백범 김구, 성재 이시영 선생 등 6명에게 ‘귀감이 되는 글귀를 써 달라’고 요청해 작성됐다.
김구 선생은 중국 송대 문장가 범준의 문집에 실린 글을 옮겨 적었고, 이시영 선생은 “군자는 덕으로써 사람을 사랑하며 스스로를 기만하거나 남을 속이지 않는다”고 썼다.
2권 마지막 부분엔 이강 선생이 쓴 국한문과 영문으로 작성한 이력서도 실려 있다.
1878년 평안북도 용강 출신의 이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러시아 연해주, 만주·중국 등지를 오가며 ‘공립신보’ 주필, ‘대동공보’ 편집책임을 맡는 등 항일 언론활동을 전개했다.
안중근 의사의 1909년 하얼빈 의거 계획과 실행을 돕기도 했다.
이 선생은 1919년 강우규 의사의 폭탄 투척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뒤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원·부의장을 거쳐 1927년 의장을 맡았다.
이후 이 선생은 흥사단 원동지부원으로도 활동했다. 남중국 방면을 여행하던 1928년 중국인 교회에서 강연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돼 다시 옥고를 치렀다.
이 선생은 1930년 만기 출옥 뒤엔 고향 용강을 거쳐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에 정착해 중국인 제자들을 양성했다.
1941년 한국광복군 결성에 따라 광복군 모병활동을 하다 1945년 광복을 맞았다. 이 선생은 1962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